술상 위의 중국 고광석 지음·섬앤섬·343쪽·1만8000원

중국 한나라 왕망은 `소금이 먹거리의 으뜸이요, 술은 백 가지 약의 으뜸`이라고 했다. 단적인 이 말로 알 수 있듯 중국 사람들은 술을 모든 약의 으뜸으로 생각했다. 오죽하면 중국 북송 때 제1의 시인으로 불리는 소동파가 `주경(酒經)`이라는 책까지 썼겠는가.

5000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대륙 중국. 우리의 이웃나라 중국은 그 역사와 나라의 크기만큼 넓고도 깊은 술의 역사를 갖고 있다. 54개 민족 13억이 넘는 인구가 사는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지역의 명주들이 제각기 고유의 맛과 향을 뽐내고 있는 것. 중국경제 전문가 고광석은 이 같은 중국 술의 역사와 그에 얽힌 다양한 얘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을 내놓았다. 바로 `술상 위의 중국`이 그것이다.

고광석의 저서 `술상 위의 중국`은 오랜 세월이 빚어낸 중국의 술과 술로 엮어낸 중국의 5000년 역사를 총 3개 파트로 나눠 그려내고 있다.

제1부 중국의 술에서는 중국 술의 유래와 종류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소홍주, 두강주, 수정방, 오량액, 마오타이주, 태백주 등등 국가 공인 명주와 전통 술들의 유래와 특징 등을 직접 소개하고 있는 것. 책에 따르면 중국의 술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황주, 백주, 노주로 분류한다. 황주는 맵쌀, 차조 따위로 만드는 발효 양조주로 오랜 시간이 걸려 노주라고도 한다. 알코올 도수는 비교적 낮아 14-16%이며 맛이 진하고 부드러워 각종 요리의 맛을 내는데 주로 쓰인다. 대표적인 술은 소홍주이다. 백주는 증류주를 일컫는 말로 소주라고도 한다. 고량(수수)를 주원료로 하며 색이 없고 투명하지만 알코올 도수는 대개 50%를 넘는다. 현재 중국 전체 술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술로서 대표적인 백주는 분주, 모태주, 오량액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노주는 서양의 리큐어처럼 과실이나 꽃을 넣어 향을 내는 배합주를 일컫는다. 장미꽃 향이 나는 문괴노주, 계수나무 꽃 향이 나는 계화진주 등이 유명하다. 알코올 도수는 비교적 높아 40%가 넘으며 대체로 단맛이 강하다.

제2부 술이 빚어낸 역사에서는 5000년 중국 역사 속에서 주요 역할을 한 사건과 인물에 얽힌 술 얘기를 살펴본다. 대표적인 예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고사다. 오월동주의 주인공 월나라 구천이 싸움에 져, 대부로 있던 문종과 범려를 오나라로 보내면서 그들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강까지 나와 거행했다. 문종은 신하들을 대표해 구천에게 고별의 잔을 올렸다. 구천은 "나라가 이토록 위험에 빠진 것은 모두 내 잘못이다. 앞으로 나라를 구할 방도를 마련하라"면서 비장한 마음으로 술을 마셨다. 뒤에 범려가 돌아오자 구천이 그의 계책을 따라 사냥과 주연에 빠진 척하되 국가를 재건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로써 오나라 왕 부차는 구천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고 결국 구천은 승리를 거뒀다. 이 같은 술을 이용한 군사전략의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다방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추어 보더라도 우리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어떠한 리더십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제3부인 안주와 주법은 중국인과 사교 또는 사업상 모임을 갖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안주(중화요리)와 술 마시는 중국식 예법에 대한 안내를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코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안주나 중국을 대표하는 안주를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중화요리의 재료와 조리법을 중심으로 간략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설명해주고 있다.

"한중간의 교역을 늘리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이나, 양국간의 문화교류 협력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밝히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인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교분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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