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폭탄'을 안긴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이 감감소식이다. 유례없는 무더위가 닥친 올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는 찜통더위보다도 오히려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전력 사용량이 평소의 2배가 안됐음에도 요금은 4-5배 늘어났기 때문이다.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든 가정에서 '폭탄'을 절감하고 있다. 871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전달보다 50%이상 늘었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가구도 291만 가구나 된다. 정부의 한시적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숨만 나올 수밖에 없다.

최고 11.7배가 넘는 전기료 누진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여야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개선안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지난달 정부가 TF팀을 꾸렸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국회에서도 누진제 개선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선 또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마당에 어제 들려온 한전의 성과급 잔치 소식은 국민들을 맥 빠지게 하고 있다. 한전이 올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직원 1인당 2000만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조 9000억 원의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경영을 혁신해 성과급을 받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한전의 수익은 발전 연료인 석유값 하락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누진제 판매를 한 것은 '경영'이라기보다는 땅 짚고 헤엄친 격이나 다를 바 없다.

한전은 지난해 이어 올 상반기에도 6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공기업의 사업목적은 수익을 내는 게 아니다. 공기업이 공공재인 전기를 팔아 폭리를 취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더구나 국민들에게 요금폭탄 고통까지 안기면서 챙긴 과도한 수익은 결코 환영받을 수가 없다. 정부는 누진단계를 축소하고 누진배율을 완화하겠다고 한 약속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과거처럼 이번에도 해결방안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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