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실태조사·추정 현황도 파악 못해 정신장애 있을경우 스스로 등록 불가능

지적장애 증상을 갖고 있는 50대 초반 A씨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15년을 일했다. 30대 후반, 형을 따라 처음 대전에 와 지금도 식당일을 하는 A씨는 일하면서 단 한번도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대신 한 달에 5만-15만 원의 용돈을 식당주인에게 받았다. 식당 주인은 A씨의 월급을 보여주지 않은 채 적립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A씨는 궁금했지만 월급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다. 가끔씩 식당 직원들은 A씨에게 욕을 퍼부었다. 행동이 더디다며, 돈을 계산하지 못한다며, 잡일이나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A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숫자가 두 자리를 넘어가면 셈을 못한다. 글자는 읽을 수 있어도 뜻은 모른다. 지적장애 3등급 수준의 증상을 보이는데도 정작 자신은 모르고 있다. 얼마 전, 한 장애인단체가 A씨를 만나 장애 진찰을 권유했지만, 절차도 모르거니와 두려운 나머지 그들을 이내 돌려 보냈다. A씨는 다만 소원이 있다면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A씨 사례는 지난 7월 한 장애인단체에 의해 관할 지자체로 처음 제보가 접수됐지만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A씨가 15년 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A씨가 끝내 구제를 거부했기 때문. 현재는 장애인단체가 나서 지속적인 설득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A씨가 미등록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A씨는 지능지수(IQ) 70 이하의 지적 장애 3급 수준으로 사료되지만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신분상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공권력 등을 활용할 수가 없다는 것. 여기에 장애인 소견 진찰을 위해서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려 A씨의 현재 직장생활을 보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충북 청주시에서 장애인 학대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A씨 같은 미등록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미등록 장애인 실태조사는커녕 추정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등록 장애인은 장애 증상을 갖고 있지만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 등 각종 복지혜택을 못 받는 이들을 지칭한다.

대전시는 미등록 장애인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등록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만 펼칠 뿐, 미등록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나 대안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미등록 장애인 문제가 불거지면 시, 자치구, 주민센터 간 떠넘기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구체적인 복지정책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미등록 장애인은 발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센터 신고를 권고하고 있지만, 육안상 장애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 신고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석식 (사)대전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장은 "미등록 장애인이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복잡한 장애등록절차를 거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추정치조차 가늠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주민들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장애인 추정수(재가·시설 장애인 포함)는 총 272만6910명으로, 전국 장애인 등록수인 249만406명보다 23만6504명이 더 많다. 장애 증상을 겪고 있어도 무전취식, 독거 등의 이유로 정식 장애인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미등록 장애인이 23만 명 이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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