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화학 김운곤 대표

경주 지진 이후 전국에 지진 공포가 엄습했다. 대형 자연재난 앞에 인간은 왜소하지만 철저한 대비는 피해를 반감시키고 생존력을 높인다. 기업환경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위기와 불황의 시대라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차근차근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기업들이 있다. (주)국보화학(대표 김운곤)이 그러하다.

◇가전·철강재 보호필름 국내 1위=국보화학은 유관순열사 기념관이 소재한 천안시 병천면에 위치했다. 국보화학은 사흘간의 휴일이 이어진 지난 추석 연휴에도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고객사와 약속한 납품일자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량 수주에 어려움 겪는 기업들도 있지만 국보화학은 휴일 생산공정을 가동할 만큼 주문량이 산적했다. 국보화학이 독보적인 기술로 국내 가전·철강재 보호필름 시장의 90%를 석권한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전·철강재 보호필름은 냉장고나 세탁기 등 컬러 가전, 스텐레스나 알루미늄 강판의 보관, 수송 가공시 손상이나 마모, 오염, 부식을 방지하는 기능성 제품이다. 삼성이나 LG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 표면에 부착된 보호필름 대부분은 국보화학 제품이다.

국보화학은 건자재용 보호필름을 개발해 납품을 개시하며 경기도 고양에서 1989년 설립했다. 1991년 고급 칼라 강판 보호 테이프를 개발했다. 같은 해 무역업 등록으로 수출의 첫 단추를 꿰었다. 1993년 고급 칼라 강판 라미네이팅용 보호 필름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보화학은 1994년 천안시 병천면에 대지 1만 4187㎡, 건물 5572㎡ 규모의 신공장을 준공했다. 이듬해 본사를 아예 천안으로 이전했다.

국보화학은 1999년 수용성 LCD용 테이프 개발, 2002년 알루미늄 강판과 스텐레스, 아크릴판 표면 보호 테이프 개발, 2014년 컬러 강판용 수용성 보호필름 실용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술투자로 매년 새로운 보호필름이나 보호테이프를 선 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넓혀 왔다.

새 제품 출시에 따라 생산설비 확충도 이어져 2000년 광폭 코팅기를 설치하고 2005년 클린룸을 완공했다. 2013년 슬리팅기 M/C 설치 뒤 2014년 5호기 마이크로 콤마를 추가 설치했다. 늘어난 생산물량을 감당하느라 2009년 천안시 백석동 외국인투자구역에 공장을 빌려 가동을 시작했다.

국보화학은 창업 후 3년 차인 1991년 무역업에 등록할 만큼 일찌감치 해외에 눈을 돌렸다. 고품질에 기반한 제품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2006년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됐다. 국보화학은 1998년 수출 100만 불, 2004년 300만 불, 2008년 500만 불 달성으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포상을 받았다. 이런 성과로 국보화학은 2015년 충남벤처기업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신규 제품 개발 전폭 지원=국보화학의 한 발 앞선 `유비무환` 경영은 신규 제품 개발에서 두드러진다. 국보화학은 가전·철강재 보호필름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매출의 10% 가까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신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당장 연내에 휴대폰 렌즈나 블랙박스 렌즈에 필수 부품으로 삽입되는 편광필름을 양산할 예정이다. 편광필름은 그동안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했지만 국보화학은 수년간 연구개발로 올해 국산화를 달성했다.

국보화학의 편광필름을 고객사가 제품에 사용하면 수입대체 효과 뿐만 아니라 20-30%의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보화학은 `나라의 보배`라는 국보(國寶) 뜻처럼 국내 기업과 경쟁 보다 외국기업과 기술로 승부해 우리나라가 기술강국이 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편광필름 개발 국산화 뿐만 아니라 고기능성 의료용 아크릴계 점착테이프 제조 기술 개발 및 국산화, 프리즘 보호테이프 국산화 등이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국보화학의 `기술보국(技術報國:기술로 국가에 보답한다)` 정신이 발휘된 또 다른 제품으로 `의료용 감열지`가 있다. 병·의원의 초음파 검사장비에 사용하는 의료용 감열지는 일본의 두 대기업이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국보화학은 부단한 연구개발로 일본 제품과 대등한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감열지 원단을 제조하는 일본 회사가 원단의 한국 공급을 꺼려 제품 양산에 애를 태우고 있다.

김운곤(63·사진) 대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쉽지 않다"며 "자국 기업 이익을 위한 일본의 과도한 보호무역 조치일 수도 있는 만큼 중소기업청, 코트라 등에서 해법을 찾는데 도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보화학은 내년에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신규 제품인 PET필름 생산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산거점도 물색 중이다. 실리경영 차원에서 신축 보다 휴·폐업한 다른 공장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PET 필름 양산시 40-50명도 신규 고용 예정이다. PET필름은 자동차나 건축, 전자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이 분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에 PET 필름 생산을 본격화하면 연 매출 500억 원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5년 내 1000억 원 매출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30-40% 가능성만 보여도 신규 제품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며 "실패도 많지만 성공한 한 두개가 회사 성장을 촉진한다. 기업의 리더는 늘 세계 트랜드를 주목하며 준비하고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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