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영 개인전 >> 내일부터 대전 미룸갤러리

 박방영作 '화이도'
박방영作 '화이도'
3만 5000년 전 인류의 조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큰 고민은 의식주(衣食住), 즉 먹고 입고 자는 일이었을 것이다. 의식주를 찾기 위해 사냥을 하고 살 곳을 찾아 떠돌았을 인류의 조상들은 무언가 남기기 위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은 바로 '벽화'이다. 벽화 속 내용을 통해 그들이 고민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생활의 모습을 바위에 새겨 넣는 작업을 통해 인류의 조상들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한 것에서 출발한 벽화는 결국 미술의 출발점이 되었다.

글씨를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수십 년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표적인 상형글자 그림 작가 박방영의 개인전 '상형글자 그림이 품고 있는 원시성의 美學(미학)'이 대전 중구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진행된다.

박방영 작가는 인류의 조상들이 꿈꾸었던 세상에 관심을 보인다. 벽화를 통해 말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3만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인간의 고민이고 숙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고민을 상형글자 그림을 통해 복원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상형글자 그림은 우리가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이 살아온 삶의 모양을 글씨 그림이라는 형태를 통해 표현한다.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상형글자 그림이라는 것은 이미 미술의 한 장르가 되었고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었다. 원시성의 미학에서 볼 수 있는 벽화가 다시 재해석되고 색다른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 작가의 작품 16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기간 중 15일을 기준으로 작품 여덟 점씩 교체된다. 전시 공간 중 거실에 걸리는 작품은 글씨 그림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신통변화'이다. 수백 자의 글씨 그림이 하나의 표현으로 묶이고 또 개별적으로 생명력을 담고 있는 이 그림은 글씨 그림에서 한 글자 한 글자가 표현하려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큰 방에 걸릴 그림은 '화이도'이다. 그림의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부드러움과 익살스러움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글씨 그림이다. 작은 방 1에 걸리는 '꽉'은 글씨처럼 보이는 남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능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작은 방 2에 전시되는 '쑥'은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쑥이 그림으로 표현이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밖에 '산 넘어 산동네', '길 위에서', '길 가운데', '탈춤', '일식' 등 작품 역시 상형글자 그림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보고, 듣고, 말했던 소재들이 글씨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 재해석되는 미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내가 만나는 사람들, 사물들 모든 것들은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펼쳐진 것"이라며 "옛글 중에 관물지외물(觀物之外物)은 '내가 본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펼쳐져 있는 것을 본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김희정 미룸갤러리 대표는 "숨김 없는 본능,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글씨 그림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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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방영作 '신통변화'
박방영作 '신통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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