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방지 차원 설치 무색 이용객 드물어 시민 "불편·혈세낭비"… 市 "횡단보도 설치 계획"

천안시가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천안역 동부광장에 설치한 엘리베이터가 무용지물이다.

21일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시민들의 무단횡단을 막고 지하상가 이용 편의를 위해 2억 9000만 원을 들여 인도 양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설치한지 6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시민들의 무단횡단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엘리베이터 이용객도 거의 없어 유명무실하다.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천안역 동부광장. 왕복 4차선 도로지만 버스에서 내린 시민이나 인도를 걷는 시민들이 도로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위한 무단횡단은 끊이지 않았다. 순찰중이던 경찰에게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행인들은 차량들 사이를 헤치며 도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했다. 40분 동안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시민은 노인 2명 뿐이었다. 양쪽 지하상가 계단에 부쳐 놓은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이 있으나 마나했다. 이 곳에서 만난 시민 김(39)모씨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지하상가를 통해 계단으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차량이 없을 때나 정차해 있을 때 (무단으로)지나가면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무단횡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엘리베이터를 왜 설치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가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엘리베이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데에는 천안시의 행정 미숙도 한 몫 차지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지난 2008년 3월 이 일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횡단보도 설치를 제안했고 2009년 10월 국가인권위도 횡단보도 설치를 권고했다.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동부광장의 무단횡단 단속 건수는 20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마철이나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단속 건수가 월 평균 100여 건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은 길을 건너갈 때 엘리베이터나 지하상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으로 도로를 건너가고 있다"며 무단횡단 금지라는 표지판도 붙여놓고 집중 단속을 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지하상가 상인회 등과 이해충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만간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한 지 8년만이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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