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대전 서구 자택을 나선 모대학 여대생 박모 양 실종 사건이 11일째다. 경찰도 탐문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단서나 정황증거를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 단계에선 박 양이 타의에 의해 신체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출 가능성이 전무함에도 불구, 부자유한 상황이나 공간에 속박돼 있지 않는 이상, 돌연 종적을 감춘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박 양 실종 사건엔 덩달아 사라진 남자친구라는 특수한 실마리가 등장한다. 경찰 수사의 초점도 이부분에 맞춰져 있고, 현재로선 문제의 남자친구 행적내지는 평소 그의 활동반경을 주목하다 보면 단서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경찰도 이런 추정과 수사방향 설정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미 남자친구의 친구, 주변인들을 상대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박 양 실종은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 전력과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란 심증이 굳다. 박 양 가족이 남자친구를 고소했을 정도라면 박 양 남자친구로 특정 되는 인물의 성정이 남다르거나 모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박 양 사건의 경우 시간의 변수를 무시하면 곤란하다. 만일 박 양이 남자친구의 실력적 지배 아래 처해 있다면 안전 귀가를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가정이지만 제 3자가 박 양 남자친구를 도우며 동선을 같이하고 있다면 사건이 더 꼬일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박 양 메신저로 잘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지만 발신자가 박 양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 박 양이 집을 나선 다음 날 대전 중구 문창교 다리 밑 하천에서 박 양 휴대폰이 초기화된 상태로 발견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박 양은 19세 성인이며 대학 1년생이다. 자의로 가출했을 리 만무고 그렇다면 박 양 실종의 배후에 남자친구의 존재와 행방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박 양이 남자친구에 의해 약취·유인돼 있는 때이다. 남자친구의 감정이 악화돼 있을 것이고, 그런 공격성은 위험천만이다. 경찰의 수사기지와 노하우가 십분 발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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