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균열·푹 꺼진 바닥… 안전진단 C등급 대전여고 불안감 호소

20일 오전 11시 30분 대전여고 2학년 한 교실.

점심을 먹기 위해 복도로 나온 학생들에게 전날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강한 여진에 대해 묻자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책상이 10초 이상 흔들리고, 천장에서는 깨지가 소리가 나면서 공포감에 질린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너나 할 것 없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던 상황이 떠올랐던 것.

한 학생은 "가만히 있는데도 책상 위 모든 물건이 흔들리고 TV가 설치된 천장에선 갈라지는 소리가 나 너무 무서웠다"며 "꼭 일주일 만에 공포를 또 겪으니 학교에 오는 게 무섭고 공포스럽다"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날 야간 자율학습도중에 지진에 놀라 운동장으로 대피했던 대전여고 학생들은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조기귀가 조치는 지난 12일에 이어 벌써 2번째다.

대전여고가 조기귀가 조치를 취한 것은 교실이 지어진 지 51년이 지나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2학년 12반 비상계단실 내벽은 땜질 처방을 했거나 균열이 발생한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교실 등 바닥이 일부 꺼져 있는가 하면, 천정 깨짐 등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노후된 건물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대전시교육청에 수차례 개축을 요구했지만, 철거 및 개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건물을 다시 지으려면 정밀점검 용역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대전여고는 지난 2014년 안전진단 용역에서 `C등급`을 받아 철거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5년간 건물 철거 및 보강공사 이뤄진 학교는 화정초, 문지유치원, 대전제일중, 한밭중, 호수돈여중 등 5곳이며, 대전 대신초는 내달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대전여고가 D등급은 아니지만, 건물 노후화가 진행중인데다 보강공사를 해도 개축공사비의 50%를 초과해 개축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정밀점검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내년도 본 예산에 용역비 4000만 원을 세웠고, 용역에서 개축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개축심의위원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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