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진출하는 SMART 원자로

스마트원자로 가동 개념도
스마트원자로 가동 개념도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자체 개발한 소형 원자로 `SMART(스마트)`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현지에 건설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된다. 국내에서 건설해보지 않은 원자로 SMART가 중동 땅에 지어지기 위한 해외 수출에 성공하면서 국내 위상을 높였다는 평이다. 100% 토종 기술로 세계 소형 원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

원자력연이 자체 개발한 SMART 원자로는 원전의 주요 부품인 증기 발생기,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을 하나의 원자로 내에 배치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규모인 1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일체형·소형 원자로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짧은 건설 기간으로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은 48개월이지만 소형 원전의 경우 36개월이면 가능하다. 건설 비용은 1조 원 내외로 호기당 건설비 투입규모가 대형 원전에 비해 작아 투자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건설비가 약 4조 원인 국내 상용 원전 APR1400과 비교해보면 SMART는 4분의 1 수준이다.

전력 생산은 물론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남은 열을 통해 난방열 공급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를 통한 식수 공급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동남 아시아 등 물 부족 국가나 지역 난방이 필요한 국가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별도 배관 없이 핵연료,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자로 시스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원자로 용기 안에 배치해 배관이 파손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성을 원천 차단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원자로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원자력연은 사우디에 소형 원전 SMART를 건설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원자력연은 1997년부터 SMART 개발에 착수, 2014년 2월 SMART 사우디 도입 공동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2015년 3월 한국-사우디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은 사우디 현지에 SMART 원전 건설을 위한 주요 사항을 큰 틀에서 합의한 셈이다. 이어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지난해 9월 SMART의 `건설 전 설계(PPE·Pre-Project Engineering)`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건설을 위한 실질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약이다. 한국 3000만 달러, 사우디 1억 달러 등 모두 1억 3000만 달러를 공동으로 투자해 사우디 내 SMART 건설을 위한 상세설계를 수행하게 된다.

SMART를 사우디 현지에 건설하기 위한 사전단계인 PPE 사업의 핵심은 사우디 현지 건설에 맞춰 SMART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보다 덥고 건조한 사우디 현지 사정에 맞춰 핵증기공급시스템, 냉각시스템 등 현지화 설계가 진행된다.

SMART 첫호기(1호기) 건설 전 설계 및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PSAR) 작성, 경제성 분석 등 건설 준비, 사우디 연구인력 교육·훈력 등이 주요 과제다. 향후 사우디 내 SMART 2기 건설 및 추가건설, 제3국 공동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중 `인력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SMART 건설 및 운영의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원자력 시스템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설계 인력을 양성하고 향후 자국 내 원자력 인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 사우디의 젊은 연구인력 36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SMART 설계 교육훈련에 들어갔으며, 2018년 11월까지 실시된다.

SMART 원자로 계통 교육훈련은 △원자력공학기초교육 △원자로설계 기초교육 △SMART 원자로설계 실습교육 △SMART 원자로설계 참여 교육 등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가 원자력 분야의 전반적인 기초과정이라면 2단계부터는 본격적인 설계 교육이다.

원자력연 지성균 책임연구원은 "원자로는 원전의 `두뇌`로 복잡한 원자로를 설계하기 위해선 원자력을 비롯 전기전자, 재료, 화학,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교육훈련 과정이 끝나면 성적 우수자를 선발해 KAIST 등 국내 대학원 학위과정(석사)에도 참여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는 건설예정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부지가 확정되면 2018년까지 부지 특성 등을 반영한 분석보고서를 제출, 이를 사우디가 검토해 최종적으로 첫호기 건설 발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원자력연은 소형 원전 SMART가 중소규모 도시에 적합한 에너지 공급 체계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향후 타 중동국가로의 추가 수출도 내다보고 있다.

원자력연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은 "소형 원자로는 지리적·재정적 여건 상 대형 원전 건설이 어려운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예상된다"며 "사우디 내 SMART의 성공적인 상용화와 제3국으로의 추가 수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