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가 쉬쉬했다고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2년 양산단층대 170km 구간에 대한 정밀조사결과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안전처가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공개를 못하게 했다. 근년 들어 경주를 비롯한 양산단층대에서 잇달아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전문연구기관의 정밀조사를 거쳤다면 믿을 만한 결론임에 틀림이 없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결과를 국민안전처가 외면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속한 재난 대응은커녕 마땅히 알려야 할 사실조차 숨기고 있으니 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활성단층은 지각활동이 왕성한 지대로 과거 지진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양산단층대에 포함된 경주는 779년에 강진으로 100여 명이 죽고 1024년과 1038년엔 석가탑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는 지역이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강진이후 일주일 남짓 사이 4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같은 지역에서 지난 7년간 발생한 396회 보다도 횟수가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규모 5.1과 5.8, 4.5의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는 활성단층이 맞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학적 조사와 역사적 기록, 최근의 지진활동을 감안하더라도 경주지역이 활성단층이라는 지질연의 결론은 설득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활성단층으로 단정 지을 수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는 국민안전처의 주장은 궁색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활성단층에 대한 지도 제작이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향후 25년간 5단계의 활성단층 연구개발 계획을 밝혔다. 우선 1단계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지진 빈발지역과 인구밀집 대도시에 대한 조사를 할 모양이다. 늦게나마 국내 활성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동안의 조사결과와 새롭게 밝혀질 내용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공개를 해야 한다. 자연재해 대응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도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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