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법조계 잇단 비리 얼룩 검찰엔 기소권만 부여·법원은 공판중심 강화 국회·국민이 나서 권한 분산·기능조정 나서야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턴의 명언은 더 이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판·검사에 해당되는 말이 되어버렸다. 민주주의에서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는 자들은 주권을 다시 위임받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주권을 위임받은 자가 부패하면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그들을 심판하고 교체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절대권력은 아무리 부패해도 그들을 심판하고 교체할 권한이 안타깝게도 국민에게는 없다. 심지어 조선시대의 목민관인 이른바 `원님재판`이 차라리 나았다는 향수가 있을 정도이다. 그때는 `암행어사`라도 있어서 시원했다는 것이다.

다수가 그렇지는 않지만 극히 일부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까면 깔수록 나오는 비리를 접한 국민은 밝혀진 것이 전부가 아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이 기회에 전수조사를 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홍만표 전 검사장, 최유정 전 부장판사부터 진경준 전 검사장, 김수천 부장판사, 김형준 부장검사까지 전·현직 판검사들이 금품 수수, 향응 제공 등의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거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비리의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뻔뻔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부의 자정(自淨)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더 이상 시간끌기용 혹은 물타기용 `셀프 개혁`, `셀프 감찰`을 기대하지 않는다. 외부의 범죄에 엄격하면서도 내부의 비위엔 눈감는 비뚤어진 동업자 의식이 불가침의 성역을 만들고 범죄를 키워온 것이다.

법조 비리의 근본 원인이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의 집중에 있다는 점에서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수사권에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큼 검찰 힘이 센 나라는 없다. 권한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계속해서 돈과 권력이 그 주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숱한 제도 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미국 검찰은 기소권만 있다. 경찰이 모든 수사를 다 한다. 우리도 검찰은 기소권만 갖고 경찰에 수사권을 줌으로써 상호 견제·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절대권력을 상대권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검찰은 경찰 비리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기능을 조건부로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기소만 할 수 있다면 누가 검사에게 청탁하겠는가?

법원 역시 구시대적 `신분 보장` 중심에서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 로비가 통하지 않으려면 공개된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진술로 재판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이 확실하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판사에 대한 기능 배분은 참고할만하다.

첫째, 배심제도를 통해 일반 시민 중에서 선택된 배심원이 공개된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진술로서 판단한다. 따라서 판사에 대한 로비가 필요 없다.

둘째, 미국에서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 12년의 실무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미국 연방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해야 한다. 주 법원 판사는 주마다 다르지만 연방 판사처럼 주지사가 임명하고 주 의회가 인준하는 경우도 있고, 주민 선거로 뽑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로 임명되기 위해선 실력뿐만 아니라 평판이 중요하다. 게다가 연방 판사는 종신직이기 때문에 판사로 일하다가 은퇴하는 건 아예 법조계에서 은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판사로 일하다가 변호사를 다시 하는 경우는 없다.

결국 국회나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검사의 권한을 분산하고 판사의 기능을 조정함으로써 상호 견제·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절대권력을 상대권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위원회`로 시간을 허비하며 본질을 회피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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