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방과 후에 갈 수 있는 곳이 참 드물었다. 서로 상반된 기능의 장소이지만 도서관과 빵집, 만화방이나 극장이었다. 하지만 `미성년 입장불가`라는 팻말이 눈에 띄는 극장은 선망의 장소지만 비용이 들어 어렵고, 동네에 있는 만화방이나 빵집은 몰래 출입해야 하니까 꺼려지고, 떳떳이 이야기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은 도서관 뿐 이었다.

이런 도서관이 처음 대전에 세워진 것은 일제 강점기에 원동 중앙시장 인근에 있던 시립도서관으로 제법 큰 목구조식 건물로 있었는데, 한국동란 때 불타 없어지고 만다. 이후 1957년 대흥동 우리들공원 자리 뒤편에 `우남(雩南)도서관`이 들어선다. 이 도서관은 한때 충남대학교가 개교하면서 필요하여 부설도서관으로도 쓰여 지는데, 4·19혁명 때에 독재자의 아호에서 따온 이름 때문에 군중의 공격 대상이 되어, 외부 유리창부터 모두 깨지는 수모를 겪는다. 자태가 우아한 모임지붕형태의 2층 고급 양옥집 형태의 이 건물은 그 후에 KBS 대전지국, 중구청 별관, 연정국악원 등으로 쓰이다가 2004년에 매각되어 헐리고 만다.

1961년 `대전 시립도서관`은 조례에 의거 개관되어, 처음에는 중앙로 상에 은행동 옛 대전시 교육청사, 대흥동 중부경찰서 옆 미곡창고(옛 일신다실)를 거쳐, 1966년도에 대흥동 옛 중구청 자리(현 우리들공원)에 3층으로 콘크리트 라멘조의 연노란색의 건물을 신축하였다. 1989년 한밭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시립도서관은 대흥동 수도산으로 옮겨 테미도서관으로 불리다, 2013년부터 사정도서관으로 신축 이전하였다. 현재 대전에는 한밭도서관을 선두로 22개의 공공도서관과 185개의 민간도서관이 있다. 백제탑을 모티브로 디자인 된 한밭도서관은 규모면에서는 5000석으로 동양 최대인지 몰라도, 이용 대상자가 주로 학생으로 공공 독서실과 흡사하다.

우리가 필요한 도서관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문화적 욕구를 흡족하게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과 호안 미로의 벽화작품을 처음 본 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이웃 나라의 작은 마을 도서관임을 알았을 때, 우리도 이러한 욕구는 국민소득이 커진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을 숫자로만 셀 수 있는 어린이 시설이나 형식상 문고가 아닌 성숙된 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진솔한 터전이길 바래본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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