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반성·민생·변화 다짐 국민 향한 선전전 아니라면 규제프리존법 우선 처리를

20대 국회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바탕 드잡이를 한 여야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계기로 나라 살림 챙기기를 본격화했다. 대표연설이 과거에서 벗어나 얼마간이나마 달라진 면모를 보여준 건 다행이다. 아무래도 방점은 `반성`과 `경제`, `변화`에 찍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원을 `국해(國害)의원`에 비유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치 현안 대신 민생을 강조해 뜻밖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의 구현과 새 정치문화를 논리적으로 외쳤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 대표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반성은 통렬했다. 스스로를 `무수저`로 불렀지만 그런 이 대표도 금배지를 달고 난 뒤에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고 했다. "처음 의원이 되고나서 선배들을 따라 하다 보니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말의 속도와 말투조차 달라졌다"는 고백은 의외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기득권 지키기에 있었음을 상기할 때 이 대표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 이상 나라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받아 들이고 싶다.

추 대표의 연설에 대해선 여당에서도 반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제`를 67회 언급할 만큼 연설 대부분을 먹고 사는 일에 할애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반대`라는 말 대신 `외교적 패착`이라는 선에서 넘어갔다. "민생경제와 통합의 정치로 신뢰받는 집권정당이 되겠다"는 마무리는 화룡점정이었다. 대선 전략의 일환일 것이라는 추론은 꼬투리잡기에 불과하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건 추 대표가 극단의 정치 대신 민생을 부각시킨 건 박수 받을 일이다.

노회한 박 비대위원장은 변화를 통한 정치 정상화를 내세웠다. 그는 "아무리 경제가 일류라고 해도 정치가 삼류면 모든 것이 삼류가 돼버린다"며 국민의당이 정치혁명의 중심에 서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합리와 실용으로 국민 속에 들어가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한편으론 국회에 사법개혁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정의와 공정을 바로잡아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논리가 두드러진 그의 연설은 정치 공세라는 비판에도 이전과는 한 차원 다르게 다가온 게 사실이다.

관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여야 대표들은 연설 뒤 경쟁적으로 최전방을 찾아 안보를 챙겼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고비에 서거나 변곡점을 만날 때 마다 국립현충원을 찾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대표연설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이를 평가절하할 필요까진 없을 듯 하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완전히 변화해 민생과 안보를 챙기겠다는 데 미리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연설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정파·당파를 떠나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님을 인식했으면 한다.

대표적인 게 `규제프리존특별법`이다. 이 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 특성에 맞춰 지역전략산업을 선정,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충청권으로 보면 대전시의 첨단센서와 세종시의 에너지 Iot(사물인터넷), 충남의 태양광, 충북의 바이오 의약 등을 육성해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난 3월 19대 국회에 제출됐건만 상임위 문턱 가까이 가보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 공동발의로 재제출 됐지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하다.

14개 시·도지사들은 당적과 관계없이 그동안 입이 아프게 국회 통과를 호소해왔다. 지난 4월 공동건의문을 낸 데 이어 8월엔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거듭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각 지역의 경제·시민단체 대표들도 줄줄이 동참했건만 정치권은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법안을 뭉개는 이유가 뭔 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정파·당파와는 아무 상관없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법안 아닌가. 3당 대표가 더 이상 미루다간 그들이 외친 국해와 민생, 변화는 지해(地害)와, 지방죽이기, 썩은 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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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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