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이상을 증오범죄자 치부 사회 취약층 외면한 현실 반증 약자 방치하면 모두에게 피해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6년 9월 5일,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납치한 20대 남성 범죄자가 붙잡혔다. 그는 본인의 범죄를 사과하기 위해 납치했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최씨는 비슷한 범죄를 저질러 과거 교도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지만 전자발찌 착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신병력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범죄자에 대한 위험성 내용을 덧붙였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미디어가 보이는 범죄사건 보도에 변화가 있다면 용의자 혹은 범죄자에 대한 정신질환 여부 혹은 정신 병력 치료 전력을 보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질환 혹은 정신 병력 치료에 대한 기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매우 당연하게 주어진 정보처럼 인식하는 듯하다. 5월 강남 살인사건의 충격은 여성혐오와 조현병 사이에서 저울질이었는데, 그 불똥은 정신질환자들에게 튀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여성이었고,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고, 약자에 대한 보호체계를 확대하자는 논의, 그 논의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범죄예방이라는 목적하에 예상치 못한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향한 다수의 폭력을 보며 우리 사회 사회적 약자를 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싶다.

약자, 사회적 약자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의 약자가 여성만이었던가? 범죄 피해자만 사회적 약자인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조현병을 앓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앞장서서 범죄예방 정책으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엄격한 국가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참으로 효과적이지 않은 범죄예방정책이다. 이들의 범죄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에 의한 범죄가 다른 범죄 대비 상대적이고도 절대적으로 심각하고 위중한지, 수치로 한번 보자. 2014년 187만 9548건의 범죄자가 검거됐지만, 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6301건이었다. 전체 모든 범죄 통틀어서 0.33%에 불과한 비율이고, 형법범죄 101만 6209건 대비 0.62%이다. 더욱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은 2014년 64건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사건은 절도로 1644건이고 그 다음으로는 폭행은 722건이었다.

대검찰청의 통계는 또한 이들이 사회적 보호망으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80%는 경제적 하류층에 속하였고 20%가량 만이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에 저지른 범죄가 절도와 폭행 및 상해범죄에 집중된 것 역시도 전형적인 취약계층에 의한 범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연결되기 이전 그들은 강제적으로 사회 뒤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강제적으로 위협적인 잠재적 범죄자로 앞장세워졌다. 사회적 도움이라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채 말이다. 이들을 앞에 두고 위협을 읽어내기 이전에, 고립하고 억압하는 정책 이전에 제도적 배려와 치료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사회는 하나의 가치만을(특히 경제적 가치) 인정해주지만 다수의 사람에게는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사회속의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긴장지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제도 역시도 복지와 안녕의 철학을 담은 제도는 외면받고 있다.

1990년 미국의 증오범죄 통계법이 마련된 이후, 증오범죄를 살핀 한 연구는 편견이 증오범죄의 주요 요인이긴 하지만 편견 자체가 범죄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빈곤율이나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증오범죄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 다수의 범죄자들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들은 사회의 안전망을 위해 보강이 시급한 제도를 말해준다. 약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 약자와 함께하는 제도의 필요성 말이다. 범죄예방을 위한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 참으로 엉뚱하고도 폭력적이다. 다수라는 방패 뒤에서 소수에게 폭력을 행하지 마라. 약자를 외면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당신도 억압받는 다수이다. 위험한 존재는 그들이 아닌 우리의 사회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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