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살리기 위해 몸을 내어주는 어미 부모·자식간 살해를 저지르른 인간 사회 양심·도덕·인륜적 가치 다시 되새겨야

꽤 오래전 알래스카(Alaska)에서 연어낚시를 한 적이 있다. 우선 미국은 낚시를 하려면 면허를 내야 한다. 대부분 비싸지 않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의 연어 낚시는 면허가 자그마치 250달러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번에 3마리 이상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연어 낚시잡이 강으로 가서 낚싯배를 빌려 탔다. 조그마한 배에 동승한 안내원이 노를 젓고 갔다. 강가에 다다르니 그야말로 연어가 군사행진 하듯 강을 꽉 채워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미끼로 잡으려 해도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안내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낚싯대를 던져서 대여섯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때 안내인의 동생이 쫓아오더니 자기형인 안내인에게 "낚시해야지, 낚싯줄을 던져 연어 등에 꽂아서 잡으면 불법이야"라며 진정으로 형을 나무랐다. 어쨌든 6마리를 낚시가 아닌 낚싯바늘로 연어 등을 꿰어 잡았다.

필자가 여기서 연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오래전 한 친구로부터 받은 글 때문이다.

그 글은 `어미 연어는 알을 낳은 후 한 쪽을 지키고 앉아 있게 되는데, 이는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먹게 내버려둔다. 새끼들은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래서 연어를 `모성애 물고기`라고 한단다. 물론 새끼를 잡아먹는 어미도 있지만 동물이든 물고기든 하물며 인간의 모성애는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각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중에 각종 이유로 끔찍한 반인륜적인 범죄소식을 대할 때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입이 벌어지고 슬픔과 연민이 느껴진다. 하물며 돈 때문에, 또 질병 때문에, 내연의 남편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자식을 살해하고도 반성과 뉘우침이 없는 부모를 보면 지구의 종말이 곧 올 것 같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먹고 살기 좋은 유복한 세상이 됐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 충남 예산으로 피난을 갔는데 하도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할 때 과수원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찾아 간 적이 있다. 하루 임금으로 받던 복숭아 한 개를 필자에게 주고 본인 끼니는 거른 채 일하는 어머니와의 잊지 못할 기억이다. 동생들과 먹을 것이 없어서 징징거리면, 본인은 실컷 먹었다 하시며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주던 어머니 모습. 이런 어머니가 어찌 필자만의 경험일까? 필자가 아는 한 끼니조차 못 때우던 가난한 시절에 우리나라 거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물론 사회가 존재하는 한 자식을 살해하고 부모로서 엄마로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정신병적인 범죄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정신병이 아닌 물질(돈), 재산, 탐욕 등이 패륜범죄의 매개가 되는 것이 더욱더 한심하다 할까?

물고기 얘기 하나 더 하자.

가물치는 알을 낳은 후 바로 실명(失明)해서 먹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배고픔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부화돼 나온 새끼들이 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어 살아있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한다.

세상이 변했는데 모성애니, 효자니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존속살해니 존속상해니 부모자식간의 유산상속 싸움이니 하는 등등의 범죄 얘기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돼 나올 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 인간이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패륜 사회를 만든 장본인들이 우리가 아닌가 반성해 본다. 인간의 양심과 도덕, 인륜, 천륜은 세월이 가도 변할 수 없고 또 변하지 않는다. 돈도, 일자리도, 창조경제도, 인권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륜, 도덕, 천륜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 가꾸고 지키는 것이 아닐까?

선병원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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