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S라인보다 王복근"… 유령 잡는 '언니 어벤저스'

베이스의 육중한 울림이 퍼진 후 레이 파커 주니어의 목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그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가 위험할 때, 그리고 유령이 나타났을 때 누구를 불러야 할까. 정답은 고스트 버스터즈다. 자그마치 32년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먹깨비도, 마시멜로 거인도 이 영화로부터 나왔다. 친숙하디 친숙한 작품이다.

지난 1984년 개봉한 이후 전세계적인 열풍을 몰고온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는 과학과 유령이라는 다소 상이한 요소를 결합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그 해 북미 전체 영화에서 흥행 2위라는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기는 북미 대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은 고스트 버스터즈는 당시 서울에서만 34만여 명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그마치 32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는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그냥 둘 것은 또 그대로다. 원작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이 제작을 맡은 영화는 새로워진 제작진과 캐릭터로 리부트했다. 폴 페이그 감독은 "고스트 버스터즈가 처음 개봉했을 때 광팬이 됐다. 관객을 이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코미디는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내가 진작에 떠올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원작의 광팬이다. 다행히 이들의 실력 역시 뛰어나다. 스파이더맨과 맨 인 블랙을 통해 실력을 입증한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만든 덕분이다.

하지만 원작이 워낙 뛰어났던 만큼 제작진들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을 터. 고스트 버스터즈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유령 금지 표시, 상기한 먹깨비와 마시멜로 거인, 주제가 등을 생각한다. 이반 라이트만은 고스트 버스터즈의 다양한 상징들을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활용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먼저 기존에 남성 4인조였던 고스트 버스터즈 멤버는 여성 4인조로 바뀌었다. 폴 페이그 감독은 "제작진이 오랫동안 속편을 제작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고민 끝에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4명의 여성들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독특한 상황으로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다.

가장 중요한 `애비` 역의 멜리사 맥카시는 이반 라이트만과 폴 페이그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현재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자리매김 한 멜리사 맥카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이미 감독과 4번이나 합을 맞춘 멜리사 맥카시는 "그가 절반만 말해도 나는 OK라고 답한다"며 "다 들을 필요도 없이 그가 뭘 원하는지 안다"고 자신할 정도. 덕분에 그녀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호흡은 매우 뛰어나다.

이밖에 배우 크리스틴 위그, 케이트 맥키넌, 레슬리 존스가 함께 한다. 크리스틴 위그는 최고의 물리학자인 `에린` 역을, 엔지니어 `홀츠먼`은 케이트 맥키넌이, 뉴욕 지리에 정통한 `패티`는 레슬리 존스가 맡았다. 이들 역시 자연스러운 웃음을 주는 고스트 버스터즈의 멤버로서 큰 활약을 한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작이 너무 뛰어났던 탓에 현재 작품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과 계속해서 이 작품을 비교하게 된다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멤버들을 `밀어냈다`는 생각에 화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의 예고편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비추천이 압도적으로 높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화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굳이 원작과 비교하지 않아도 다른 매력으로 압도를 하는 것. 충분히 웃기고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새롭다는 느낌으로 즐기면 좋지 않을까.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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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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