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0.69% 상승 전국 최고·대전 0.09%↑… 월세 전환 가속

대전 서구 둔산동에 거주하던 직장인 이모(44)씨는 최근 서구 관저동으로 이사했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의 집 주인이 전세값을 3000만 원 가량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집 주인은 가격 상승분을 모두 월세로 내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가 이사를 결심할 수 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다. 자녀의 교육을 생각해 주변으로 이사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들도 이미 그 이상 올라있는 상태로 결국 이삿짐을 꾸려야만 했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어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종적을 감춘 상태에서 재건축 등의 수요는 늘어 집 없는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한국감정원이 밝힌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지역 전세 가격은 0.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종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0.69%를 기록했다. 세종의 전세가격은 지난 1월 0.14% 늘어난데 이어 매월 0.25%-0.70%의 상승폭을 기록중이다. 충북은 0.04% 상승을 기록했지만 충남은 -0.09%로 떨어졌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도 빨라져 전세 입주자들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둔산지역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둔산동과 탄방동 지역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서민들이 많이 찾는 면적 59㎡ 안팎 소형 아파트의 월세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 매물을 찾기도 어렵고, 찾더라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매매 가격은 대전이 0.03%, 세종이 0.08% 각각 올랐고 충남(-0.15%), 충북(-0.13)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매매가격은 0.07%, 전월세통합은 0.04%, 전세가격은 0.08% 각각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방의 전세가격이 신규 공급이 많은 지역은 하락세를 이어가나 세종과 부산이 상승세를 견인하며 전체적으로는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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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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