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테크노(주)

충남벤처협회장을 역임한 정백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에버테크노가 지난해 기업경영의 어려움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지만 지난 7월 1년 반만에 조기 종결했다. 충남의 벤처 신화를 써내려가다 시련도 겪었지만 차츰 정상궤도를 되찾고 있는 에버테크노의 정백운 대표를 만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계획을 들어 봤다.

◇축사에서 싹 튼 매출 3000억 원=정백운 대표는 충남 지역 벤처업계 1세대로, 벤처인들 사이에서 맏형으로 불린다.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 미래산업에서 장비 연구 개발과 설계 분야 핵심업무를 맡아 온 정 대표는 2000년 에버테크노(주)를 창업했다. 공장은 천안시 직산읍의 충남테크노파크 부지내 축사 형태로 남은 허름한 건물을 빌려 시작했다.

에버테크노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도를 쌓아가며 3년간 3000여 대의 휴대폰 테스트 라인 장비를 납품했다. LCD 장비 개발에도 뛰어 들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2003년 14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계속적인 성장세로 2004년 아산시 음봉면에 새 사옥을 완공했다. 코스닥 등록 이듬해인 2007년 1425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106억 원을 일궜다. 2009년 `아시아 벤처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연결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에버테크노는 주거래선의 거래단절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적자가 발생했고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해 의욕적으로 도전한 계열사의 태양광 사업부문 부진, 해외자원 분야 등 계열사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자금난으로 기업 경영에도 위기를 맞았다. 2014년 7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에버테크노는 위기 타개를 위해 자구책 마련에 모든 힘을 쏟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2015년 2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에버테크노의 회생 계획안을 지난해 7월 인가했다.

기업회생은 어려움에 봉착한 많은 기업들이 탈출구로 선택하지만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회생 가능성이 낮아 계획안 인가 단계에서 탈락한다. 기업회생이 인가된 이후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인가가 취소되고 파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1년 반만에 회생을 종결한 에버테크노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꼽힌다. 에버테크노의 정상화 가능성과 역량이 채권단과 협력사 등에서 지지와 협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버테크노의 기업회생 조기 종결에는 정부 지원책도 한몫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자산매입 후 임대(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에버테크노 공장을 183억 원에 매입했다. 에버테크노는 공장을 판 자금으로 회생채권을 상환하고 캠코는 회사로부터 임대료를 받는다. 공장은 팔렸지만 공간이나 설비는 그대로이다. 5년 뒤에는 공장을 재매입할 수 있도록 보장이 되어 있어 생산활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에버테크노의 기술력과 발전성이 충분하고 현금 흐름도가 투명했기 때문에 자산매입 후 임대가 성사됐다.

정백운 대표는 에버테크노가 어려운 여건에도 회생 종결과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정부 지원기관, 서울 중앙지법파산부, 캠코,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으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사람이 자산 절감=에버테크노는 기업회생을 거쳐오며 슬림해졌다. 계열사까지 포함해 450여 명에 달했던 임직원들은 130여 명으로 줄었다. 계열사도 모두 정리했다. 정백운 대표는 "회사가 어려움 겪는 동안 사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임직원들이 회사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에버테크노의 경영난이 알려지자 대기업이나 다른 경쟁회사들에서 핵심 인력들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잇따랐다. 제안을 받아 회사를 옮기거나 직장을 나가 따로 창업한 임직원들도 있지만 일부는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아 회사를 지켰다.

일찍부터 인재 육성에 투자해 온 전력이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2003년부터 한동안 매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3학년 재학생 다섯 명을 선발해 1명에 500만 원 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방학중에는 에버테크노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않은 시기에 이미 맞춤형 산학협력 장학생을 선발해 인재들에 투자했다.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에버테크노에 입사한 이들이 어엿한 핵심인력으로 성장해 어려운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회사의 중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 대표는 임직원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에버테크노 정상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협력사들이 자금을 결제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항의나 종용은커녕 오히려 받을 돈을 출자전환해 회사에 힘을 실어 줬다"며 "그동안 에버테크노가 깨끗하지 않거나 편법으로 유지됐다면 협력사들의 자발적인 도움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안한 마음도 털어놨다. 그는 "임원들 수나 급여를 줄이고 긴축경영을 했지만 직원들 급여를 두세 달 못 주고 퇴직자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해 퇴직금을 제때 주지 못해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고 고백했다.

에버테크노는 기업회생 조기 졸업을 계기로 회사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등 해외 비즈니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에버테크노는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기술과 특허를 다량보유하고 있는 LCD/OLED장비기술, 3500여 평에 달하는 클린룸 시설의 기반과 국내외 대기업에 대량공급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물류시스템의 개발·설계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해 지금도 미국, 중국, 대만 동남아 등지의 기업에서 현지 진출과 장비공급 요청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경영의 중심은 인재와 기술"이라며 "지금까지의 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체력을 회복해 3, 4년간 실수하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장수기업으로 기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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