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선발 경쟁 출산감소 부작용 국민수 확대 재생산 한계 몰락 결혼·출산 현명한 투자대책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는 기원전 4-5세기경 약 100년 남짓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기고 갑자기 몰락했다. 페리클레스의 민주정치,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철학, 히포크라테스의 의학,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 메난드로스의 희극작품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한 문화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위대한 아테네가 갑자기 몰락했다. 도대체 왜일까? 아테네의 멸망원인을 하나로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멸망원인의 핵심적 고리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고 합리적 정책을 시행해야만 하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테네는 일찍부터 행정구역을 데모스로 바꾸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함께 공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민주주의를 시행하면서 황금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시민들이 전적으로 공무를 수행할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아테네 정부는 공무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주는 수당제를 도입했다. 시민들은 표를 행사하고 국가 대소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그 대가로 국가로부터 토지와 노예를 하사받았던 것이다. 이는 얼핏 보기에 완벽한 황금시대로 보여질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내재해 있었다. 그것은 도시국가 아테네의 부족한 토지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활동 참여에 대한 모든 대가를 지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하는 토지가 고갈되고 또 외국으로부터 조공 역시 줄어들게 되자 아테네 정부는 결국 시민 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마저 늘어나는 시민의 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테네 당국은 시민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가 우수 시민을 선발하게 되고 그 선발된 우수시민에게만 국가가 대가를 지불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테네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액과외를 통해 공동체에 대한 공무보다 내 자식만을 출세시키는데 혈안이 되어갔다. 당시 과외 과목은 수사학과 웅변술로, 과외비는 한 달에 2달란트(1달란트는 순금 27㎏으로 약 4억 5000만 원 정도이다)에 달했다고 한다. 결국 아테네에서 시민으로 태어나도 국가로부터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그것도 엄청난 교육비를 지불해야만 출세를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시민들은 아이 낳기를 꺼려했다. 책임 있는 시민 수가 확대재생산 되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와 식량 안보 문제는 요원한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국가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초래하는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이야기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빈약한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의 상태를 넘어 자칫 잘못하면 인구가 없어 모든 국가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 고대 아테네의 경우와 같은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3포, 5포를 지나, 유아관련 산업이 없어지고, 초·중·고·대학이 사라지고, 각종 연금이 와해되고, 무엇보다 노동을 통한 부의 창출이 없어지고, 세금을 내고 국가를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단지, 지금의 우리들만 죽음의 블랙홀로 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몹시도 두렵다.

너무나 늦었다. 이러한 인구비극 문제는 몇몇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와 나의 문제이며, 우리나라의 문제이고, 나아가 세계의 문제이다. 하루빨리 우리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국가적 차원의 유급휴가, 출산장려금, 아이 양육비, 교육비, 나아가 기본적 주거비 등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목적)세금을 거두고 그것을 인구 문제에 투자해야 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요인 중 땅과 주권 등이 없다면 그것은 찾기 위해 노력을 하면 된다. 하지만 국민이 없으면 그 어디에도 국가는 없다.

김형곤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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