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동 제일극장거리 활성화 추진 세계음식 문화거리 변화 시도 긍정 반응 공실률 감소 등 효과속 자치구 관심 필요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작년 이맘때쯤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고 민과 관의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대전 도시재생을 위하며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대전 중구 은행동 옛 제일극장거리 건물주 몇 분이 센터를 찾았다. 대전시로부터 많은 지원과 노력 끝에 으능정이거리는 활력을 되찾으나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제일극장거리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말씀이었다. 상가는 아웃도어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당시 공실률은 56%였고 두 달 후면 80%를 넘어간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한 달여간의 조사와 분석 끝에 얻은 대안은 과거 예식장과 극장이 있어 젊은이들의 대표적 데이트 코스였던 역사성을 회복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의 점포들을 이국적인 세계음식문화거리로 테마를 바꾼다는 것이었다. 활력 있는 거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테라스 카페를 1층에 배치하고 간판을 비롯해 건물 모습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관리하며 도로 바닥도 밝고 친근한 재료로 바꾸는 계획안이 만들어졌다. 1층은 음식점을 위주로 한다면 위층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영어학원 등 이국적 분위기를 더하는 전략도 만들어졌다.

아이디어 회의 끝에 거리의 성격과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하여 거리이름을 `케미스트리트`(chemistreet)라고 지었다. 케미(chemi)는 본디 화학반응을 의미하는 chemistry(케미스트리)의 줄임말로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서로 잘 어울릴 때 사용한다는 젊은 사람들의 신조어이다. 케미(chemi)에 스트리트(street)를 더하여 케미스트리트(chemistreet)라고 만든 것이다. 이 거리에서는 남녀노소뿐만아니라 외국인이라도 서로서로 잘 통한다는 의미와 바람을 담은 이름이었다.

건물주들에게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설명하자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본인들도 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던 참이라고 전했다. 이제 계획안대로 추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나는 건물주들에게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이렇게 공공이 나서서 지원하려 애쓸 터인데 여러분들께서는 공공을 위해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잠시 어리둥절한 시간을 보낸 뒤 준비한 제안을 내밀었다. 건물주들이 가로 활성화 전 3년간은 임대료를 동결하고 활성화된 후에는 한국은행 물가상승분에 맞추어 임대료를 협의 조정할 것이며,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수익의 일부를 가로관리 운영비로 재투자하고 주차통제도 자발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다시 침묵이 흐른 뒤 의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답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사실 제안을 준비해 들고 갈 때만해도 우리는 반신반의 했었다. 그 동안 상가는 굳이 상인들의 희생 없이도 바닥포장을 비롯해 간판정비 등 공공의 지원이 투여된 선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며칠이 흐른 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숙고 끝에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제안에 동참하기로 결의하였으며 마흔 명이 넘는 건물주로부터 조건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고무된 마음으로 우리는 업무협약서와 임대료 안정화협약서를 동시에 준비했고 곧바로 언론에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협약서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누군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별 도리가 없지만, 대전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굳은 다짐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협약서는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대전시 및 자치구가 함께 참여하기로 준비되었다. 그러나 여러 달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협약서는 자치구의 석연찮은 이유로 보류되어 오고 있다.

케미스트리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이 그동안 건물주들의 노력으로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케미스트리트를 알리는 간판도 건물주들에 의해 설치되었고 거리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음식점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센터 개소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상가발전위원장은 공실률이 20%로 떨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직 공공에서 계획한 일들이 착수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상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함께 상생하는 용기 있는 시도에 동참해준 케미스트리트를 위해 이제 다시 팔을 걷고 지원할 일을 찾아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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