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형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주형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항상 흐뭇하고 대견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 아이가 또래 중에서도 키가 크다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자녀의 성장이 눈에 띄게 빠르다면 이는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것. 성장이 빠른 만큼 2차 성징도 빨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사춘기를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남자아이의 경우 만 11.5세에서 12세, 여자아이는 만 10세 즈음이다. 일반적으로 성조숙증이라 함은 남아의 경우 9세 이전, 여아는 8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남자아이가 음모·고환이 발달하고 목소리가 변하거나 몽정이 9세 이전에 시작되는 경우, 여자아이가 초경을 하거나 가슴멍울이 잡히고, 여드름, 음모, 액모 등이 8세 이전 발현하면 성조숙증이 아닌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성조숙증이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진료인원은 2006년에서 2014년 사이 11배 가량 증가해 7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여자아이가 90%를 차지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환경호르몬, 외부의 성적 자극, 비만, 가족력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소비 증가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로 이어진다. 신체로 흡수된 환경호르몬은 정상적인 체내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끼쳐 내분비 교란을 일으킴으로써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아이들에 친숙한 TV나 스마트폰을 통한 성적 자극 또한 성성숙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요인들 중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는 바로 비만. 요즘 부모들의 맞벌이 생활 양식은 아이들의 식이 습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장과 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적절한 식이습관을 통한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우선인데, 입맛을 즐기는 데 익숙해짐으로써 고칼로리와 영양불균형 식단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아침은 거르지 말고, 식사를 가능한 정해진 시간에 하도록 하며 야식을 피하고, 가급적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추천한다.

식이 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 습관이다. 일상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정도로 억지로 한다거나 강도가 심한 운동은 균형적인 호르몬 대사에 오히려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아빠나 엄마의 성장이 또래보다 빨랐다면 아이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서 상담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병원에 방문하면 방사선 촬영, 골연령 측정,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성조숙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수 있다. 육안으로 볼 때에도 2차 성징이 시작되었고 검사결과 뼈 나이 또한 실제 나이보다 1-2세 높은 경우, 호르몬 수치도 높은 경우에 성조숙증을 진단하고 필요할 경우 치료를 함으로써 성조숙증으로 인해 유발되는 저신장과 여아의 경우 조기 초경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는 성장의 과정에 있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앞으로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영위해 가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 아이가 짊어져야 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부모는 물론 학교를 넘어선 사회의 다각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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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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