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끄는 과학의 산실

ETRI 인공지능 엑소브레인.  사진=ETRI 제공
ETRI 인공지능 엑소브레인. 사진=ETRI 제공
2030년 오늘, 인간의 일을 `디지털 생명체`들이 대체한다. 그들은 반복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공지능 로봇이 일정을 알려준다. 오후 3시까지 서울에 도착해야 하는 데 자율자동차가 목적지까지 태우고 간다. 자동차가 운전하는 동안 낮잠을 청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노인들이 급증했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은 없다. 구부정한 허리는 로봇이 펴주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소동파의 시 한 수를 읊고 싶은 데 시가 생각이 나지 않자 뇌파를 읽은 인공지능 로봇이 바로 시를 읊어준다. 여기에 초연결부터 초지능, 초실감 기술이 모두 담겼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의 의제가 되기도 했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자동차 등이 주도할 전망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간과 사물의 모든 데이터가 수집·축적·활용되는 시대다. 사물이 마치 생명체처럼 `디지털 생명`을 갖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세상인 셈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섬유 공업이 발전하고 석탄을 에너지로 하는 철도 인프라가 확산된 1차 산업혁명을 거쳐 전기 에너지 활용으로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 인터넷시대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된 세상에서 초지능의 거대한 데이터와 초실감의 도움으로 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많은 변화가 예고되지만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쟁을 가정해보면 전투는 로봇이, 전략인 작전 수립은 인간의 몫이라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 9개의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선정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있다. 특히 대덕특구 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ETRI는 △안전하고 스마트한 초연결 인프라의 구현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초지능 정보사회의 구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초실감 서비스 실현 등을 목표로 연구를 하며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최첨단 기술연구가 한창이다. 음성처리, 자동통역, 언어처리, 지식 마이닝, 시각정보 등 소프트웨어 지능 실현을 위한 지능정보 원천기술 확보 및 SW 기반 기술과 브레인 모사기술 융합을 통한 지능정보 거점화를 목표로 인공지능 분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연구과제에는 언어지능 플랫폼 엑소브레인(Exo-Brain), 시각지능 플랫폼 딥뷰(Deep View) 등이 있다. 알파고가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라면 엑소브레인은 지식대결(퀴즈) 인공지능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올 하반기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며 최종 우승을 목표로 24시간 공부하고 있다. 시각지능 SW(소프트웨어)도 연구 중이다. 딥뷰는 대규모 이미지와 동영상을 분석해 내용이해 및 상황예측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시각지능 SW이다. ETRI가 개발하는 인공지능 관련 공통기술은 추후 교통, 국방, 복지, 교육 등 분야에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

최근 `포켓몬 고` 인기와 함께 증강현실(AR)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TRI 차세대 콘텐츠 연구본부에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개나 펭귄을 물 속에서 직접 잡는 듯한 공간증강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추적기술부터 공간 카메라트래킹기술 등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ETRI가 추진하는 초실감 테라미디어 및 콘텐츠 분야도 주목해야 하다. 초실감의 대표적인 UHD 전송방식과 영상·음향압축기술은 ETRI 핵심기술로, LDM 전송방식은 다음달 국제표준 제정을 앞두고 있고, 고효율코덱(HEVC)은 최고특허로 올해 발명상을 수상했다. ETRI는 초고화질(UHD) TV 상용화 이후 울트라 와이드 비전(UWV) 시스템과 함께 세계 최초 360도 컬러 홀로그램(Hologram)을 개발, 초실감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기 위해선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연구기관은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산업과의 응용처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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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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