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대전시장 상고심 최종 판단 정치인 포럼활동 준거 나올 수도 기각-파기환송, 던져진 주사위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법원 2015도 11812호. 권선택 대전시장 상고심 사건 번호다. 이 표기엔 소소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맨 앞 숫자는 상고장이 접수된 해다. 권 시장 변호인 측은 지난 해 7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바 있다. 다음의 `도`라는 사건부호 표기는 `형사상고공판사건`을 뜻한다. 마지막 뒷자리 숫자는 접수 일련번호인데, 대법원이 사건에 치이고 있음이 엿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으로 권 시장은 1·2 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로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이다. 권 시장 사건은 26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판결 결과에 따라 권 시장은 중대한 신상 변화를 맞게 된다. 첫째는 기각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다. 권 시장 사건은 피고인 상고 사건이다. 대법원이 상소인의 불복신청에 대해 이유없다며 배척하게 되면 원심판결이 최종 확정된다. 이 경우 권 시장은 선거법 규정에 따라 시장직을 상실한다. 재작년 7월 취임 기준으로 26개월을 채우고 하차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정지된다고 보면 맞다.

다른 하나는 파기환송 판결을 상정할 수 있다. 파기는 원심판결을 취소한다는 의미다. 사후심 법원인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깨는 것이며 2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낸다는 뜻에서 환송이라 일컫는다. 대개 파기 판결은 환송이 전제된다. 파기환송자판이라 해서 대법원에서 직접 판단하는 수도 있지만 형사상고 사건에선 드물다고 한다. 어쨌든 권 시장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는다면 새 국면에 진입한다. 파기환송 판결을 보면 보통 일부 무죄취지라는 수식어가 선행된다. 하급심 재판부에서 행한 법리해석 및 적용, 증거능력 채택 등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해보라는 것이다.

단, 파기환송 판결을 무죄 판결로 곡해하면 섣부르다. 권 시장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이 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일부 쟁점사항에 대해 다른 판단의 여지를 촉구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급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난 동일 사건에 대해 상고심에서 극과 극의 법리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기환송은 권 시장 입장에선 정치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원심인 고법에서 다시 재판절차가 진행되게 되면 시쳇말로 시간을 벌 수 있는데다, 이후에 또 한번 최고법원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대체로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며, 무엇보다 그 때까지 공직을 수행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홀가분해질 수 있다.

권 시장 사건은 정치인 포럼활동의 위법성 사건으로도 별칭 된다. 이런저런 간판의 포럼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조직이다. 권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의 포럼 운영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해석과 관점을 제시할지가 중요한 판결 포인트에 해당한다. 권 시장이 주도한 포럼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선거운동기구의 `유사기관`에 대해 대법원의 법리 해석 여하에 따라 권 시장 사건 정상에 변화가 올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권 시장 사건은 대법원전원합의체가 다룬다. 대법원 심판 사무에서 빠지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명이 이번 판결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사안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 물론 전합 사건은 규정상 대법관 정원 3분의 2가 판결에 참여해 과반을 넘는 의견이 도출되면 최종판결로 확정되지만 법조계에선 전원이 심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권 시장 사건은 공직선거법상 문제의 유사기관 설립·운영과 관련한 해석이 확장될지도 모른다. 정책법원을 겸하는 대법원 판결에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정치권의 주목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시장 사건 상고심 주사위는 던져졌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기각 아니면 파기환송이다. 기각이면 권 시장은 옷을 벗게 된다. 반면에 파기환송이 나오면 다시 다툴 기회가 확보되는 셈이다. 이미 판결문 주문 작성은 끝났을 것이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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