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순환 잘되면 체감온도·대기오염 완화 도시계획 단계부터 냉기류 유입 고려 제기

연일 이어지는 대전 지역의 폭염으로 밤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바람길`을 고려한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의 시원한 바람은 도시의 `열섬` 현상과 대기오염을 완화시켜주고 체감온도도 낮춰주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대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은 기상청이 위치한 유성구 구성동이 26.3도, 중구 문화동이 26.4도, 동구 세천동이 23도, 대덕구 장동이 24.9도로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기온차는 3.4도에 달했다.

도심과 교외지역의 기온차가 큰 것은 대기순환 장애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심과 외곽지역에서 하루동안 받는 일사량은 비슷하다. 하지만 도심에는 아스팔트가 흡수한 복사열 및 차량·빌딩 등에서 나오는 냉방열 등 인공열의 발생 밀도가 외곽지역보다 높은데, 더운 공기가 도심 외곽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돼 열섬 현상과 열대야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도심 외곽지역은 숲이나 녹지 등은 가급적 일사량을 적게 받으려 하기 때문에 일몰과 동시에 찬 기류가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차가운 공기는 계곡 등 경사가 있는 곳을 따라 흘러내려 도심으로 흘러 들어오는데, 이 차가운 공기가 이동하는 길이 바람길이다.

바람길은 흔히 기상청에서 언급하는, 계절마다 불어오는 바람과는 개념이 다르다. 도시에 따라 건물이 지어진 위치나 차가운 공기가 형성되는 곳이 다른 만큼 바람길도 제각각이다. 주로 하천이나 큰 대로를 중심으로 바람길이 형성되는데 도시를 개발할 때 도심을 흐르는 하천이나 대로 주변에는 높은 건물들을 짓지 않고 바람이 온전히 도심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문제는 냉기류를 도심으로 끌어와야 도심의 열을 식힐 수 있지만, 이미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건물들을 피해 도심으로 차가운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지역의 가로수를 늘리거나 공원 등 녹지대 확보, 하천 등을 최대한 활용해 도심으로 차가운 바람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차가운 바람이 생성되는 지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바람이 드나드는 유동로 확보, 도심으로 진입해 찬 기운이 지속될 수 있는 녹지 확대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명대학교 환경계획학과 정응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도시 대부분은 일관된 계획에 따라 개발되기보다는 개별사업으로 허가가 나 난개발이 됐다"며 "난개발이 된 곳은 찬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도심을 개조하는 것에 취약한 것이 사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도시의 하천이나 녹지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바람이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 도시계획을 할 때 제어를 해줘야 한다"며 "도심지 안에서는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공원 또는 옥상녹화, 가로수 확보, 벽면 녹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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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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