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재발견 20 정부세종청사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곳은 원래 `민나루`라 불렸다. 마을 뒤편의 언덕(마루)이 높지 않고 밋밋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 `백성 민(民)`과 마루가 합쳐서 서민이 사는 동네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 때문에 정부세종청사는 기존의 권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단지형을 지양하고 시민이 접근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분산형의 시민 친화적 청사로 건설됐다. 시민에게 친근하고 개방적인 청사를 지향한 것이다.

야간과 휴일에도 활력이 넘치는 청사 거리가 조성될 수 있도록 중심행정 기능과 주거, 상업·문화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복합적으로 계획돼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세종청사(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은 국제공모를 거쳤다. 국내 25개 팀과 국외 31개 팀이 출품돼 20세기 도밀도 수직도시가 아닌 평평함의 도시를 강조해 행정도시가 추구하는 도시 건설이념을 잘 반영한 당선작을 통해 전체적인 윤곽과 개발전략이 나왔다. 이에 따라 272만㎡에 이르는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전략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단계로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한 정부세종청사 건립에는 4년의 기획·설계 등 준비기간과 1단계 착공에서 3단계 준공까지 약 6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됐다. 부지매입비 400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 767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부지면적은 40만㎡(12만평), 건물은 60만㎡(18만평)규모다. 과천청사의 4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청사다.

세종청사 1동에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2동에 공정거래위원회, 3동에 세종청사관리소, 4동에 기획재정부, 5동에 해수부, 농림부, 6동에 국토교통부, 환경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7동에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8동에 우정 사업본부, 9동에 국가보훈처, 10동에 보건복지부, 11동에 고용노동부, 12.13동에 산업통상자원부, 14동에 교육부, 15동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입주했다. 8동으로부터 약 2.5㎞ 떨어진 정부세종2청사에는 국세청과 한국정책방송원이 입주하고 있다.

청사는 `떠있는 성벽`을 디자인으로 입혔다. 서울과 수원의 성벽 이미지를 덧입혀 적용했으며 그 위를 산책하는 행위는 조선시대 순성놀이 개념을 적용했다.

청사는 건물의 높낮이와 옥상정원을 따라 건물 전체에 리듬감을 입힌 점도 독특하다. 4-8층 높이에 지붕을 연결, 전체 건물을 잇고 자연의 곡선 그대로 살렸다. 또 장남평야와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앙공원을 향해 일정한 기울기를 주기도 했다. 중앙공원 쪽으로 갈수록 낮아지게 건물이 설계돼 자연경관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청사는 18개 분절된 건물이 브릿지와 옥상정원으로 서로 연결돼 구불구불한 `U자형`의 형태를 이뤄 그 길이가 무려 3.5㎞나 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龍)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접근하기 쉬운 저층부에는 종합안내실, 민원실, 접견실 등 공통지원 시설을 갖춰 방문객과 민원인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청사 건축물의 구조적 특징은 기존 건물들이 1층 저층부에도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1·2층을 필로티로 조성해 시민의 접근이 쉽도록 했다. 자연대류를 통해 열섬효과를 저감시키고 수평으로 넓게 펼쳐지는 캠퍼스형 청사로 밀마루전망대에서 호수공원 쪽으로 8층 높이가 4층까지 낮아지도록 구성된 형태도 눈에 띈다.

옥상정원 산책로는 오감을 테마로 전망마루(시각), 향기마루(후각), 건강마루(촉각), 체험마루(미각), 소리마루(청각) 등 다섯 개의 이벤트 마당과 너른길, 억새길, 들풀길 등 세 개의 테마길로 꾸며져 있다.

이 때문에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이나 청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청사의 옥상정원은 행정기능의 중짐지이자 커뮤니티 중심의 명품 쉼터로 자리하고 있다.

건물의 하부에도 마스터플랜의 주요특징 중에 하나인 필로티가 조성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하절기에는 자연스럽게 드리워진 그늘로 시원한 휴게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필로티가 깊은 경우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중간에 빛우물 공간을 만들어 필로티 하부의 조도를 적절히 조절했으며 은은하게 퍼지는 자연채광 유입을 통해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로비와 홀도 필로티와 마찬가지로 개방감 있고 화사한 공간으로 자연채광이 유입되도록 해 입주공무원 및 방문객들이 쾌적하고 밝은 느낌을 가질 수 있게 조성했다. 곽상훈 기자

◇한폭의 한국화…총리공관

멀리서 바라본 총리공관<조감도>과 주변 경관은 한 폭의 한국화 같다. 건물이 주변 지형이나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총리공관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외부에서 본 공관 주변 풍광만큼이나 아름답다. 낮은 건물에 크고 넓은 유리창이 많아 자연과 공간, 사람이 막힘 없이 이어져 소통을 강조했다.

건물들 사이에 정원(전정, 증정, 후정)을 두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명확히 분리했다. 연회장 벽에 와당무늬를 넣는 등 은근한 한국 건축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특징이다. 연회장 앞에는 진입 마당, 뒷부분에는 연못을 조성했으며 업무 시설 앞과 뒤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넓은 뜰인 청송마당과 느티휴게마당을 두고 있다. 주거시설 뒤편의 산 아래에는 후원과 정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공관은 하나의 큰 건물로 짓지 않고 작은 건물들로 나눠 배치했다. 이는 인간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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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바라본 세종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하늘서 바라본 세종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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