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중소기업이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업을 의미하는 이 말은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의 저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에서 유래되었다.

독일은 히든챔피언이라 불리는 강소기업이 많기로 유명하다. 인구 100만 명당 강소기업이 0.5개인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은 16개나 된다. 전 세계 강소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도이다. 이처럼 독일에 히든챔피언이 많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한 장인들이 존경받는 기업문화에 답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여기에 투자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키우고 이를 지식재산으로 잘 관리해왔다는 점을 추가하고 싶다. 우리나라도 강소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히든챔피언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문화, 사회시스템, 기업의 발전과정 등이 독일과 많이 다르기에 독일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독일의 경험을 잘 참고하여 우리만의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화장품의 수출 규모는 역대 최고인 29억 달러를 넘어서며 화장품 수출은 3년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이렇게 선전하는 이유는 앞선 기술력을 통한 뛰어난 품질과 더불어 시선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패키지 디자인이 크게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통한 제품의 차별화와 고급화. 필자는 이것이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또 다른 성공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창작된 디자인의 보호이다.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된 디자인보호 장치 없이 세계 시장에 참신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순간, 그 디자인을 모방한 `짝퉁 제품`이 판을 치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 개발 투자에 급급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해외 각국에 디자인을 출원하고 보호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특허청은 우리 기업의 해외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지난 14년 헤이그 협정에 가입하였다. 헤이그 협정은 단 한 번의 출원으로 다수의 국가에 출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산업디자인의 국제등록에 관한 조약이다. 헤이그 협정을 통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에 디자인을 출원하면, 각 국가마다 대리인을 따로 선임할 필요가 없어 현지 대리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용 부담으로 해외디자인 출원을 망설이는 우리 중소기업에겐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닐까? 또한, 특허청은 해외 12개 IP-DESK를 통해 현지에서 디자인 출원시 발생하는 비용과 절차,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우리 기업의 해외에서 디자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디자인을 포함해 아무리 작은 기술이라도 가치가 있으면 지재권으로 철저히 보호·관리한다고 한다. 작년 헤이그협정을 통한 국제디자인 출원 순위에서 독일이 1위를 차지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생각되는 이유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제품 차별화·고급화를 위한 디자인 개발과 더불어 디자인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가는 길목에 디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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