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중 헌신하는 마음 많으면 즐거움 두배 세상의 기쁨·행복 참의미 되새겨야

부처님께서 과거 설산에서 수행하고 계실 때 바위와 굴속에서 범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데 눈(雪)이 너무 많이 와서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갈 수가 없자 어미와 새끼가 같이 굶어죽을 상황에 처했다. 부처님께서는 이 상황을 아시고, "다음 생에 다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서 수행을 계속 하는 한이 있어도 저 불쌍하고 굶주린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자신의 몸을 던져 먹게 하여 그 생명들을 살렸다고 한다.

또 늙은 수행자가 떨어진 옷을 꿰매려고 실을 바늘에 끼우려고 했지만, 눈이 어두워 끼지를 못하고 힘들어 하자 마침 옆을 지나가던 부처님께서 그 실과 바늘을 받아 끼워 주었다. 그때까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감사하게 생각한 늙은 수행자는 "바늘에 실을 끼워준 분은 이 공덕으로 많은 복을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여래라며 신분을 밝혔다. 그 수행자는 황송하여 오체투지하면서 "부처님 같은 성인이 옆의 제자에게 시키시지 몸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부처님은 "성인도 작은 복이지만 지어야 하느니라. 마치 훌륭한 집을 짓는 데는 작은 서가래 하나라도 빠지면 안되고, 튼튼한 성이라도 작은 돌 하나라도 빠지면 무너지는 것과 같이 중생을 제도하는 데는 어느 작은 복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알게 모르게 훌륭한 성인, 현인이 지나가고 있지만 왜 우리 곁에는 없는 것일까. 힘들게 사는 중생들 옆에서 위안의 힘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는 인연의 복을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위대한 성인이라 해도 그 중생과 인연이 없으면 그 말을 듣거나 신임하지 않는다 했다. 가족도 서로에게 복을 짓는 언행을 해야 서로 믿고 존경하고 신임하는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라시대 원효스님과 의상스님 두 분이 탁발을 나갈 때였다. 원효스님은 동냥을 많이 받는 데 비해 의상스님은 빈 그릇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이에 의상스님은 원효스님에게 "나는 왜 화주가 되질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원효스님은 "아마 전생에 스님은 복을 짓지 않은 모양이요"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의상스님은 무엇인가 깨우침을 얻고 그때부터 음식물의 반을 산천에 보시했다. 몇 년 후 의상스님이 탁발을 나가면 어른들은 외면하는데 반해 사랑스런 어린아이들은 저 스님에게 동냥을 주라고 했다고 한다. 자식이 하자는 데 반대하는 부모는 없는 법이다. 그동안 조금씩 복을 지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싶다.

물질만이 보시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상대에게 기쁨의 말 한마디가 더 큰 보시일 것이다.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일이 허다하게 많다. 물질로만 평가하는 이 시대에 상대방을 보듬는 위안의 말 한마디가 더욱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보시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근래 와서 나는 누가 와도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하고 먼저 인사하는 아주 좋은 습관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그간에는 승직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평생 남에게 먼저 인사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항상 남이 먼저 하면 받아주는 입장이었다.

몇 년 전 충남에 내려와서 살게 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충청도 사람들을 표정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습관이 되질 않아 무척 힘들었다.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으니 분위기만 썰렁해졌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계속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제 몇 번 오신 분들은 이제는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좋은 일도 습관이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사찰에서는 점심시간에는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식사와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산사임에도 주말에는 몇 백 명이 공양한다. 후원에서 여러 명이 고생하지만, 공양 후 즐거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대가 없이 헌신하는 봉사자가 그래도 세상에 많이 있기에 기쁨을 주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어 가는 것은 아닐까.

중하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계룡산 신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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