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위한다면서 정쟁 대립 각종 현안 객관적 상황 판단 민생안정·국가안위 화합 필요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이번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 네 개를 모두 휩쓸었다. 축하할 일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양궁수준이 오랜 기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게 된 이유는,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지존의 경지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양궁협회의 공정한 선발과 체계적인 국가대표 관리가 그 숨은 공이다. 협회는 외부의 압력, 학연, 지연 등을 모두 배제하고 온전히 실력만으로 국가대표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국가경영에 비하면 작은 단체운영이지만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협회와 선수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협력하여 지금 같은 굳고 찬란한 경지에 이르러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실력으로 세계를 평정했고, 누구도 우리 선수가 최강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양궁의 진정한 힘이다.

약 420년 전 조선 선조 때 일이다. 일본이 심상치 않아 두 명의 사신을 보내 동태를 파악하게 했다. 그러나 일본을 다녀온 두 명의 사신 김성일과 황윤길의 보고는 서로 사뭇 달랐다. 황윤길은 왜의 침략 가능성이 높으니 서둘러 전쟁에 대비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김성일은 `침략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에 반대하였다. 같이 다녀온 두 사신의 보고가 어찌 상반됐는가? 사실은 둘 모두 일본의 심상치 않은 정국을 탐색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두 사신의 보고가 상반되었던 내면엔 당파싸움이 있었다. 당시 조정은 동인과 서인으로 파가 갈려있었고 황윤길은 서인, 김성일은 동인이었다. 당시 동인이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백성의 민심을 앞세워 "두려운 것은 일본이 아니라 민심이다. 민심을 잃으면 전쟁준비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며 황윤길이 속한 서인을 반박했다. 그들은 `정치란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동인이 장악하고 있던 조정은 이를 받아드리게 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시대상황에 맞지 않았다. 불행히도 다음 해 별다른 준비 없이 임진왜란을 맞아 조선 전체가 초토화되고 말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사드배치의 찬반으로 시국이 어지럽다. 이때 초선의원 몇 명이 중국을 다녀왔다. 그들은 사드배치 발표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의지였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모르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조용히 돌아왔다. 그들은 귀국 후 기자회견장에서 특별한 성과보고 없이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겠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민생`이란 단어가 여지없이 동원되었다. 그들의 중국방문에 딴죽을 걸자는게 아니라 국가안위가 걸렸음에도 여, 야 각 당의 제각각의 상반된 의견 및 주장이 심히 염려된다는 말이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정치인들이 특별히 할 말이 없거나 정확한 객관적 논리적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할 때 예나 지금이나 들이대는 말이 민심, 민중, 국민, 백성이다. 조선시대와 대한민국의 현재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400여 년의 시간차가 있어 시대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변치 않는 교훈은 민초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정확한 시대 상황 판단이 국운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상황이 바로 이런 정확한 상황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핵 개발에 이은 핵보유국으로 가고 있고, 중국은 경제적 도약에 이은 군사적 힘으로 패권국가가 되려한다. 또한 바로 이웃에 위치한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쌓은 국력으로 국수주의로 회귀하여 전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가치를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저울질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에 좌불안석이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국가안위와 민생안정에는 누구든 한목소리를 내야한다. 이것에서도 당파가 갈려 서로 다른 의견으로 충돌하는 일은 소모적이며, 국력의 균열만 가져올 뿐이다. 나라의 근간이 견고하지 못하면 비참한 미래가 올 수도 있다. 오로지 실력으로 매진하는 한국양궁처럼, 화합과 단결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주국방과 국력신장에 온 힘을 다할 때이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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