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천안 시내버스 업체 운영실태 (上) 최대 시내버스사 존립 위태

천안지역 최대 시내버스 보유사(130대)인 건창여객(대표 김병철)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경영난 심화로 건창여객의 부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건창여객이 당장 문을 닫으면 천안지역 시내버스의 36.1%가 운행을 중단해 대규모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 종사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천안 시내버스 업체 운영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22일 건창여객 노동조합(위원장 최준태)에 따르면 회사가 안고 있는 부채가 305억 원에 이른다. 부채의 세부 내역은 사채가 10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은행 단기차입금 36억 원, 장기미지급금 28억 원, 장기차입금 27억 원 등으로 알려졌다. 건창여객은 막대한 부채는 물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각종 천안시 보조금을 합산해도 매달 1-2억 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운영적자와 104억 원에 이르는 사채, 이로 인해 충당해야 하는 금융비용까지 과다해 건창여객은 수년째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건창여객의 경영난이 호전 가능성 없이 계속되자 종사자들의 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건창여객은 운전기사를 포함해 연 평균 퇴직자가 10여 명 정도였지만 올해만 30여 명이 줄줄이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는 돈이 없어 이들의 퇴직금 20억 원을 지급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쇄도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성여객은 이번 달에도 월급날인 지난 15일 일부, 나머지 일부는 18일에서야 임금을 겨우 지급했다. 월급이 제 때 지급되지 않기는 매월 형편이 비슷하다.

여기에 수억 원에 달하는 연차수당도 여력이 없어 지급을 못하는가 하면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납부도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건창여객의 한 종사자는 "회사측이 월급에서 국민연금 본인 부담금을 공제하고도 실제는 공단에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공단에서 보낸 통지문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창여객은 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지난 5월 1차 부도가 발생하는 등 은행권에서 회사의 신용상태가 위험수준으로 몰렸다. 건창여객 종사자들은 은행권에 대출을 문의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하는 등 고용 불안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종사자들은 고육책으로 고이자의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형편이다.

회사는 시내버스 가스 충전시설 요금도 제때 납부 못해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의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조 등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 비상경영위원가 잇따라 결성됐지만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건창여객 노조 최준태 위원장은 "합자회사라는 복잡한 경영구조 속에 경영자와 주주격인 무한책임사원, 유한책임사원이 서로간 책임 떠넘기기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회사가 문을 닫아 고용과 생계불안에 시달리던 240여 명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기사들이 당장이라도 핸들에서 손을 놓고 싶지만 시내버스 운행중단으로 야기될 시민 불편을 걱정해 고충 속에도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건창여객이 도산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운수 업체에 파장과 함께 천안은 물론 아산지역의 버스 대란 충격이 전달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창여객 김병철 대표는 "운영이 어렵기는 다른 시내버스 회사들도 마찬가지"라며 "최종부도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지역에는 건창(130대), 보성(128대), 삼한(102대) 3개사가 운영중이다. 윤평호·황진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