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깨끗한 뒤처리의 미학

2016-08-23기사 편집 2016-08-23 05: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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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용후핵연료 발생 불가피 자원 재활용 에너지화 전략 모색 관리 책임의식·기술적 대안 필요

첨부사진1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세계 최고의 부자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빌게이츠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겠지만, 은퇴 후 빌게이츠는 그의 아내와 설립한 재단을 통해 '화장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화장실이며, 전 인류가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는 배설을 하게 되어 있다. 배설물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 비료로써 사용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에 포함된 세균들로 인해 악취와 전염병을 야기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로부터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했으며, 침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화장실을 두고 편의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화장실 문화 정착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사용후핵연료와 처분기술 및 시설에 비유할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배설이 필수인 것처럼,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발생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용주체가 이를 어떠한 책임의식을 갖고 관리하는 지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 7월 25일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추진절차 및 일정 등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효율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재활용 기술개발 내용을 포함하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제 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심의·의결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 및 처분 일정뿐만 아니라 직접처분의 대안으로서 재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개발 일정 등이 이번에 의결된 내용에 포함되어 한 단계 진보된 정책결정이라 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에는 열을 많이 내는 세슘(137Cs)과 스트론튬(90Sr), 높은 방사성독성을 가지면서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플루토늄(Pu), 반감기가 길고 처분 매질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아이오다인(I)과 테크니슘(Tc)을 비롯하여 반감기가 길고 방사성독성이 높은 마이너액티나이드(MA)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핵종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성별로 그룹화하여 처리, 회수하고 각 특성에 맞게 관리하여 관리 효율을 높이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핵분열성 물질인 플루토늄과 마이너액티나이드 등은 원자로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 활용성에서도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25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계획은 2029년까지 약 35기의 원전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가압경수로 기반의 원전이 계속 운영될 경우 2100년 경에는 약 9만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하암반 상태에 따라 경주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 규모의 처분부지가 약 10-20개까지 필요할 것이다.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 환경에서 이러한 규모의 처분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처분장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부피 감용 기술을 도입한다면 처분부지 1개 운영만으로도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24년에 포화가 예상되는 한빛 원전의 경우, 적절한 관리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대만과 같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인해 원전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냄새나고 비위생적이라 여겼던 화장실은 주거내 가장 가까운 공간에 정착시켜 청결한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냈듯,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2015년 11월 발효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의 틀 안에서 한국이 확보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의 문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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