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무환경 속 교권 추락 지역사회 협력 신뢰 되찾아야

언론에 보도되는 어린이집 교사의 모습은 매우 부정적이다. 주로 아동학대 관련 보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의 고단한 하루를 들여다보면,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지만, 보육교사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제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점심시간에 어린이집에 가보면, 보육교사로 근무하는 제자들이 영유아들에게 밥을 먹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걸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하루 중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가장 여유 있는 점심시간이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미국과 캐나다의 보육을 보면 교사는 점심시간에 1시간의 식사시간을 정당하게 갖는다. 이 때 보조교사가 대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집 교사는 점심 먹는 시간이 11.1분, 쉴 수 있는 시간은 3.6분으로 근로계약서에 보장된 휴게시간 1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1일 8시간 (보육)근로? 필요에 따라 12시간 보육도 진행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보조교사와 휴가 대체교사를 위한 예산을 77억으로 증액하여 지원한다고 공표했다. 보조교사는 영아반 3개반 이상 운영 어린이집 등 조건을 두어 제한적으로 지원하며, 대체교사는 전체 보육교사의 0.5% 수준으로 지나치게 적은 인원이 지원되고 있다. 영아의 기저귀를 하루에 30번 갈면 1년 365일 1만 950번이다. 이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실험한 횟수라고 하는데, 우리의 현 보육교사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도, 누리지 못하며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보도에서 아동학대, CCTV 영상 삭제 등의 기사를 보고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옛 속담에 "아이를 볼래? 밭에서 일할래?" 하고 물어보면 "밭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보육의 어려움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보육을 변화, 발전 시켜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지도하는 게 아니라, 공공보육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레지오에밀리아 교육법 창시자 말라구찌 선생의 말처럼 한 아이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데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며 키워 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어린이집 교사 혼자 감당하는 보육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지지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보육이 실현될 것이다. 어린이집에 CCTV를 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어린이집 교사는 종일 영유아의 보육활동을 위해 교실환경과 수업을 준비한다. 영아에게는 수유와 이유식, 기저귀갈이까지 어머니 역할을 담당한다. 호기심 가득한 유아들을 위해 수많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는 보육과정을 계획하여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해서 보육교사를 하고, 아이들과 활동하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어서 고단함도 뒤로 한 채 보육을 한다. 보육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교사들은 언제 마음 편히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사실 인권교육은 영유아기부터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권교육의 시행 주체인 영유아 보육교사들은 정작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보육교사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인권에 대한 개념 인식이 불명확하다면 인권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영유아 보육/교육의 양적 규모는 2014년 기준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개원, 유치원은 8,826개원에 이르고 있다(보건복지부, 2015). 보육/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처우의 열악함뿐만 아니라 엄연히 아이를 지도하는 교사임에도 교권조차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2월 CCTV 설치의무화 등 보육/교육 종사자들을 잠재적 아동학대자로 취급하는 접근이 이루어짐으로써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은 바닥에 추락한 실정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조그마한 문제라도 보이면 CCTV 영상 시청을 요구하고, 백번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폈어도 한 번의 실수로 최악의 교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

CCTV가 없어도 어린이집 교사 스스로 영유아 보육에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은 신뢰에서 찾아야 한다. 신뢰는 인격적 존중과 처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제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개선에 노력해야할 때이다. 교사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영유아와 학부모를 진정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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