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으로 강제퇴출 당할 위기인 채경(오연서) 역시 현실이 만만치 않다. 아줌마 영자(하재숙)도, 아이스하키협회 경리인 미란(김슬기)도 그저 생활인일 뿐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들은 뭉친다.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9년 우리는 기적을 맛봤다. 840만이라는 구름관중을 동원하며 역대 스포츠 영화 1위라는 흥행을 기록한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로부터 7년만이다. 속편은 웃음도, 감동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렸던 전작에 비해,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담았다.

국가대표라는 영화는 사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해 영화화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기실 우리나라가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육성되고 있지만 비인기 스포츠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전작과 이번 작품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연도 다르고 경력도 다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기를 담았다. 그 안에서 유쾌함과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여러 모로 전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할 것이다. 전작이 스키점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아이스하키를 다룬다. 비교적 덜 알려진 스키점프를 다룬 만큼 소재만 두고 보면 전작이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얼음 위를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과 시속 200㎞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가는 퍽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때문에 영화 중·후반부터 보여지는 경기 장면의 박진감은 발군이다. 퍽을 막지 못해 골이 들어가니 사람들이 박수를 칠 정도다. 소재 면으로서는 충분히 비교가 가능한 셈이다.

김종현 감독은 "스포츠가 주는 생동감과 박진감,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매력에 강하게 이끌렸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스포츠 영화만의 역동적인 비주얼은 물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선수들의 유머 넘치는 성장담과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 경기장면에 대한 감독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은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기존에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었던 여성 배우들이 멀티캐스팅되며 일찍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단 연기파 여배우 수애와 팔색조 매력으로 여심까지 사로잡은 배우 오연서가 눈에 띈다. `천만 요정`이라는 애칭의 오달수는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돼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최근 감초 역할로 물이 오른 하재숙과 김슬기, 김예원 등 강력한 라인업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연기뿐만이 아닌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배우들은 진정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스케이트를 신고 다양한 연기를 하기 위해 애썼다.

김 감독이 "매일 새벽 촬영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링크장 신과 실제 전지훈련을 방불케 할 정도로 리얼함을 요했던 갯벌, 바닷가 촬영은 배우들에게 전쟁 영화만큼이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걸맞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만큼 감동은 매우 크다. 영화는 잔잔하다. 너무 큰 과장 없이 흘러간다. 실제 경기 같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최대한 스피드감 있게 촬영하면서도, 실제 경기 장면처럼 링크장 안과 밖을 모두 담으며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며 "최상의 카메라 포지션과 공간의 배치, 그리고 배우의 동선을 맞춰보기 위해 4개의 경기 모두 리허설 촬영과 편집 과정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다양한 노력 덕분인지 영화는 순항 중이다. 무더운 여름, 스크린 너머 아이스링크를 가로지르는 대표팀의 열정을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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