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산단 토지수용 갈등 현장 가보니 …

유승근 대전세종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가 물류센터에서 부지 안에 그려져 있는 공사경계선을 가리키고 있다.  김대욱 기자
유승근 대전세종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가 물류센터에서 부지 안에 그려져 있는 공사경계선을 가리키고 있다. 김대욱 기자
"전형적인 탁상행정, 말도 안 되는 공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전 동구 하소동 289의 대전세종슈퍼마켓협동조합(협동조합) 물류센터. 유승근 협동조합 이사는 물류센터 부지를 가로 지어 그려져 있는 파란색 실선을 가리키며 열변을 쏟아냈다. 유 이사는 "물류센터 앞 도로인 산내로에서 물류센터 부지까지 4-5m정도만 들어서는 공사를 하겠다더니 사전통보도 없이 12m까지 경계선을 그어놨다"며 "일주일에 3-5번씩 8톤짜리 조업차량이 오는데 회차도 불가능하고 도대체 어떻게 물류작업을 하란 것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물류센터 정문에서 물류센터 건물까지의 거리는 30여m. 그런데 절반 가까이의 12m까지 사업용지가 포함돼 부지 자체가 반토막이 났다. 좁아진 부지에 주차라인까지 새로 그려야 하는데다 8톤 트럭의 길이가 8-9m에 달해 계산상 회차가 불가능하다고 유 이사는 설명했다. 물류센터 뒤편의 야적창고도 문제다. 사업계획상 21m의 폭을 7m로 줄이는 바람에 야적창고를 이전해야 하는 문제까지 생겨났다. 유 이사는 현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물류센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소동 361-1 옛터민속박물관(옛터박물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재용 옛터박물관장은 이번 하소산단 조성사업으로 10년 전부터 계획 중이던 문화학교 건설이 3년여째 지체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체험문화학교 부지로 쓰려던 토지가 사업계획에 포함됐기 때문. 그는 사업추진에 대한 사전통보도 없었던 데다, 차후 진행된 대토 협의과정에서도 대전도시공사가 막무가내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대전도시공사는 옛터박물관에 산단 분양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했지만 해당 분양부지는 원형지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관장은 "옛터에서 운영 중인 문화학교는 초·중·고교에서 매년 80여회씩 다녀가 확장 사업을 준비중이었는데 하소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용부지 조율차 수십 번의 문의를 거쳤지만 돌아온 답변은 고작 보상계획이 없다는 공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전도시공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4년 5월 산업단지 계획이 승인되기 이전에 신문공고·주민공람 등을 이행했고 이의제기 기간을 거쳤으며 토지소유자들에게도 우편 등 별도 통보를 했다는 것.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받았고 지형도면도 고시했으며 현재는 사업계획이 확정돼 토지 재수용 절차가 진행될 경우 분양가 등 차액이 발생에 하소단지 전체 사업추진 일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는 서류검토 중으로 토지주와 원만한 협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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