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이슈속 국민 위한 논의 없어 국회를 불신하는 현실 먼저 진단 성실한 세상 조성 혼연일체 필요

한 달 전쯤이다. 필자가 논설위원으로 있는 미국 `LA 라디오 코리아(Radio Korea)`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주제는 개헌이란다. 사실 최근에, 특히 20대 국회개원 이래 `개헌`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필자의 인터뷰 결론은 1948년 이후 9번의 헌법 개정이 있었고, 마지막이 1987년 대통령직선제와 국정감사권 부활이었던 현재의 헌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은 이해가 되나,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7월 초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인터뷰한 신문기사를 보았다. "국회 개혁 없는 개헌은 고양이에게 어물전 맡기는 격", 결국 국회권력을 키우는 것이란다. 국민 전체가 개헌의 필요성을 이해해서 찬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지 개헌은 정치권, 또는 일부 언론의 잔치일 뿐이다. 권력구조인 이원집정제, 내각책임제, 대통령중임제 등의 얘기만 나오지 그 이외는 별로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헌은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이 사드 배치를 두고 국민투표하자고 하는 등 정치인들은 국민투표라는 말을 쉽게 잘 끄집어내는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개헌 이전에 국회를 계속 존치시킬지, 국회의원 숫자는 얼마나 줄일지, 특혜를 없앨지 등등을 `국민투표`로 먼저 묻는다면, 대부분 없애자거나 숫자를 팍 줄이자거나 특권을 없애고 무보수 봉사직으로 하자고 거의 모든 국민이 동의할 것 같다. 20대 국회의원 총선 전에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국회의사당 옆을 지나 마포 쪽으로 갈 무렵 불쑥 운전기사가 "여기서 쓰레기 냄새가 안 나세요?" 한다. "그래, 안 나는데요" 했더니, 국회의사당을 가리키며 "저기 쓰레기통이 있구요, 그 안에 국회의원이란 쓰레기들이 있는데요" 한다. 깜짝 놀랐다. "좀 말을 지나치게 하시네요" 했더니, "이건 아주 경한 말을 쓰는 건데요" 한다. 그래서 "나도 잘 아는 국회의원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절대 쓰레기가 아닙니다" 했더니, "쓰레기더미 속에 들어가 있으니 분리수거해 봐야 마찬가지겠죠" 한다. 비록 1명의 택시기사의 비평이지만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영국 BBC방송 정치 평론가 앤드류 마(Andrew Maar)가 영국의 정치현실을 개탄하며 한 말이 생각난다. "정치 외엔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인생경험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게 하면 안 된다. 의원들에게 시(詩)를 읽게 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가방 들어주며 시중 들다가 후보가 되고 의원이 된 정치꾼들이 너무 많다. 의회와 정부가 모두 힘을 잃고 있으며 그들 중 많은 이가 대중의 경멸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인인 윌리엄 허스트(William Hearst)는 "정치인이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뭐든지 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애국자(?)가 되기도 한다"고 하기도 했다. 결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개헌`이 대두되는 20대 국회에서 위의 택시기사, 앤드류 마, 윌리엄 허스트 등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국회가 국민의 존경을 받고 국회의원이 비록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최소한 경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개혁이 된 다음 필요하면 진정한 뜻을 모아 개헌하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우연히 `서민갑부`라는 모 종편 방송의 프로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했다. 제목은 `싱글맘 현숙씨`다. 간단히 줄거리를 보면 이혼당한 젊은 여자가 아이 둘을 데리고 서울의 여동생 집에 찾아와서 아주 영세한 반찬가게를 시작해서 현재는 연 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딸들을 다 제대로 교육시키고 그런 저런 이유로 세 자매가 모여 오순도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그야말로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아가서 `서민갑부`가 됐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 프로에서 돈을 열심히 벌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성실히, 열심히, 부지런한 꽤 많을 서민갑부들의 모습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모습이 이뤄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찡했다. 언젠가 어떤 재벌총수가 우리나라 정치는 `삼류(三流)`라고 했다. 언젠가, `쓰레기`와 같은 경멸의 대상이 아닌 국회의원, 정치인들, 서민갑부 같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국민이 혼연일체가 된다면 필요한 개헌은 당연히 해야 되고 또 우리도 금방 `일류(一流)` 선진국이 될 것 같은데! 기대해 본다.

선병원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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