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탄생 레이커즈와일 지음·윤영삼 옮김 크레센도·463쪽·1만9800원

말 그대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을 가진 알파고의 대결은 전세계의 이목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최종 4대 1의 결과로 알파고가 승리를 거둔 이 대결은 막이 내린 뒤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던졌다. 인공지능의 한계에서 시작해 인간의 무한한 능력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으며 미래를 점쳤다. 인공지능이란 이름을 내건 로봇이 사회 전면으로 등장해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 하게 될 그 순간을 말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던진 다양한 고민은 크게 3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기계가 범접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과학적 진실보다는 우리의 소박한 바람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로 미래를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이 같은 질문에 나름의 논리를 `무기`로 해법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미국의 미래학자라 불리는 `레즈 커즈와일`의 저서 `마음의 탄생`이 그것이다.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커즈와일의 저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래가 돼 버린 인공지능을 차분하고 합리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머지않아 지구상에 등장하게 될 로봇 지도자(?)를 좀 더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커즈와일의 책 `마음의 탄생`은 인간의 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지능기계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뇌, 그 중에서도 특히 대뇌의 신피질을 분석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해냄으로서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 서문이 갖는 핵심 논지이다.

일반적으로 뇌의 구조나 방식은 너무 복잡해 이론적으로 이를 분석할 수 없다는 생각이 통념이다. 하지만 커즈와일은 책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동일한 패턴인식기 3억 개가 펼쳐져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출발한 커즈와일의 분석은, 패턴인식기의 구조와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이러한 패턴인식기들이 계층적으로 연결돼 말초적 감각의 비유, 유머, 연민과 같은 고차원적인 인식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 천착한다. 즉 낮은 차원의 감각인지든 높은 차원의 개념적 사고든 모두 동일한 패턴인식의 작동 알고리즘을 통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뇌의 구조나 방식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이 같은 커즈와일의 분석이 갖는 주안점은 뇌 신피질을 통해 밝혀낸 생물학적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뭘까? 커즈레일은 이에 대해 △정신장애나 뇌질환을 앓는 환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디지털 공간에 구현한 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강력한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삶에 다양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단계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인공지능이 고도화 되면 기계에 의식이 생길 수 있을 텐데` 하는 것이 그 질문이다. 이에 대해 책은 순수하게 물질적 요인에서 출발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이 출현했듯이, 기계 역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의식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다만 저자는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라는 표현으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진화로 인한 부작용을 살짝 경계하기도 한다.

커즈레일은 이 같은 과정의 미래 예측을 통해 결론적으로 의식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기계를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또 결국에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알파고가 인간에게 던진 `인공지능의 진화`라는 명제를 날카롭게 분석해,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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