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축제 정책 도입 20년 주민참여형 프로그램 확대되길

지난 3일간 남도의 대표적 여름축제인 목포항구축제, 정남진 장흥 물축제, 강진청자축제를 다녀왔다.

세 축제는 각각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관광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표 여름 축제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 남도의 유명관광지와 맛깔 나는 음식이 어우러져 많은 방문객들이 축제를 찾았다.

목포항구축제는 `목포는 항구다`라는 지역브랜드를 토대로 목포항의 파시(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문화와 남도 미항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로 개최됐다. 이제는 원도심이 돼버린 목포항과 주변 어시장에서 개최됐다. 이를 통해 목포항의 아름다움과 남도항을 대표하는 목포항 파시문화를 상품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특별한 도시브랜드나 특산물이 없는 장흥군에서 고육지책으로 탐진강과 탐진댐을 소재로 물 축제를 기획하여 성공한 축제이다. 여름철 피서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물놀이체험과 지상 최대의 물싸움 `살수대첩 퍼레이드`를 핵심프로그램으로 문화관광 우수축제로 선정됐다. 일탈성과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가장 축제다운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진청자축제는 15년 동안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된 국내 대표축제이다. 팔만대장경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대한 유산인 고려청자의 본산이며, 국내 최대 청자 가마터가 있는 강진은 이러한 전통문화와 역사성을 토대로 가장 한국적인 소재의 축제이다. 특히 한여름 축제가 개최되는 것을 고려해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방문객 주요 이동 동선에는 차양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축제장 곳곳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맞춤형 피서 공간을 마련하는 등 방문객 편리성을 추구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즐겨 먹었다는 바지락 초무침 비빔밥은 `대통령의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에서 소개되어 특별한 여름식을 맛볼 수 있었다.

2박 3일간의 남도 축제 탐방은 무더위에 맞서 무척이나 힘든 여정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무언가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축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에는 대형기획사와 외부 이벤트 대행사의 역할과 의존도가 높다는 것과 축제에 사용되는 무대, 음향, 대형천막 등 하드웨어가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 프로그램은 주역주민은 들러리이고 외부에서 수혈된 전문 연출가들이 중요한 배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흥군은 물축제 이전에 보리문화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의 대표프로그램은 지역전통놀이인 고싸움이었다. 그러나 고싸움은 폐지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거운 고를 짊어질 젊은이가 부족해서다. 얼마 전 일본의 마쯔리(일본 전통축제)가 위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우리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쯔리에는 대규모 가마 퍼레이드가 핵심 프로그램인데 이를 짊어질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지역축제에서는 대규모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이 축소되고 있다. 진행된다 해도 원형을 유지하기 보다는 연출 중심의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

해당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지역축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산물이며, 이를 공유하는 놀이의 장이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축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급격한 감소로 도시화되고 있으며, 축제의 산업화는 관광객의 편리함에 맞추어지고 있다. 청자 가마터 주변에는 임대한 에어컨 수십대가 종일 돌아가고 있다. 방문객에서는 시원함을 선사하지만 그 옛날 뜨거운 가마 옆에서 청자를 굽던 장인의 정신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성공한 지역축제는 글로벌 축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적 편리함과 인위적으로 연출된 프로그램으로는 세계인을 끌어모을 수는 없다. 투박하지만 불편함이 있는 날것 그대로의 축제가 더 우리다운 모습이 아닐까?

어느덧 문화관광축제 정책이 도입된 지 20년이 됐다. 국고를 지원받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너나 없이 문화관광축제 선정에 목을 매고 있다. 지역의 사정과 문화가 다르지만 전국의 축제를 하나의 평가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보니 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이러한 빈 자리를 외부에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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