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신의 이름으로 모든것 정당화 사상의 자유·세계질서 외면한 참극 이슬람 비세속화 탈피 이성에 눈떠야

지난 달 14일 프랑스혁명을 기념하던 니스에서 무려 84명의 인명을 앗아간 테러가 또 발생했다. 이 테러를 통해 아직 꽃피지도 못한 아이들조차 비명횡사했다. 이 외에도 올 한해 크고 작은 테러들이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했으며, 이러한 테러들의 배후세력으로 이슬람국가(IS)가 또 다시 부각되었다. 원인으로 종교 간의 갈등이나 세계의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박탈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이슬람의 비세속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국사회에서도 유명인사가 된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단계를 인지혁명으로, 두 번째를 농업혁명, 세 번째를 과학혁명의 시대로 보고 있다. 그런데 대략 16세기부터 시작한 과학혁명의 시대에서 그는, 원래 전공이 전쟁사여서였는지는 몰라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원자폭탄의 발명을 꼽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관점에서 그것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속사회의 발명이었다. 특히나 그가 주장하는 `무지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사실상 유럽에서 `무지의 발견`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종교 못지않게 이성이 인간의 삶에 중요하며, 더 이상 종교가 절대적이지 않고 이성을 통해서만이 자연의 질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 지상에서는 신만큼이나 인간도 중요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것만큼이나 물질적인 것도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 세속사회의 발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세속사회의 단초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지의 발견은 과학혁명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발견이 신의 존재나 존재이유에 도전하거나 감히 의심할 경우 가차 없이 탄압을 받아왔다. 심지어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 끌려가 거짓 증언을 해야 했던 것은 르네상스 이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몰락하고 교황청의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후 오랫동안 이탈리아에서 과학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세속사회가 공고화되던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면에 중세 이슬람 사회가 종교에 대해 이성이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러한 시기서부터 당대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이슬람의 과학은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이슬람 사회 또한 퇴보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세속사회를 발명하고 유지했다는 것은 분명히 제대로 된 인간 진화의 방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세속사회가 과학혁명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세속사회가 자리 잡지 못한 사회에서는 종교 근본주의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그 결과 종교의 교리가 과학을 억압할 수 있으며, 신의 이름으로 인간들을 처단하는 것이 정당화되어 왔다. 이 경우, 인간들은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어 인간의 생명은 그저 하찮은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생명체 그 자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면 그런 만행은 저질러질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생명을 신의 제단에 기꺼이 바치는 사회에서 인간들 사이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톨레랑스는 가당치도 않은 것이 되고 만다.

이슬람의 문제는 이성이 종교와 양립하지 못하고, 이성이 종교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감히 새로운 생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종교의 이름으로,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뿐이다. 그 어떤 것도 이성에 입각한 비판이 불가능하다. 감히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 터키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의 실패로 터키 사회는 더 이상 세속주의 유지가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이것은 터키공화국의 건국이념인 세속주의, 즉 종교 정치의 분리 정책의 폐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치종교가 합쳐지는 이슬람국가화의 가속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복잡해진 세계질서가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사상의 자유가 제한받고, 나아가 세계화라 불리는 현상의 퇴보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문리HRD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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