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발사업 면적·기능 축소 사람이 모이던 역사 간직한 곳 보행·대중교통 중심 개선 기대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은 도시역사 속 오랜 전통이다.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아고라라는 시장에 사람이 모였고 로마에는 포럼이 이를 대신했는데 두 단어는 아직까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상징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광장을 도시계획의 핵심요소로 파악해 공들여 가꾸기 시작한 것은 바로크시대로 일컬어지는 절대권력이 득세하던 때였다. 도시에는 권력자의 이름이 붙여진 광장이 대로가 교차하는 중요지점에 배치되었다. 광장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벨리스크나 분수대를 놓아 꾸미기도 하였다. 나폴레옹도 파리의 광장을 치장하기 위해 이집트 신전에 있던 오벨리스크를 뽑아다 옮겨놓았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인터넷으로 대전역광장을 검색하면 각종 집회와 행사 등을 다루는 뉴스거리가 주를 이룬다. 1905년 경부선 철도 대전역 개통과 함께 등장한 대전역광장은 한때 전국에서 제일 넓은 광장으로 통했다. 선거유세도 여기서 열렸고 큼직한 이슈의 촛불집회도 대전역광장에서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엑스포과학공원 남문광장을 제쳐두고 대전역광장이 선호되는 이유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대전역광장은 대전사람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공간이다.

그렇게도 넓었던 대전역광장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1995년 대구역과 함께 고속철도역 지하화를 추진하던 대전은 여러 논란 속에서 결국 지상역사를 선택했고 대신 동서관통도로 개설을 선물로 받아들였다. 동서관통도로는 대전역광장을 가로질러 반으로 나눔과 동시에 같은 시기 추진된 도시철도 1호선을 더 밑으로 끌어내리게 하는 여파를 만들었다. 우리가 대전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긴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전역광장 희생을 담보로 건설된 동서관통도로는 과연 지역 단절을 극복하고 동부지역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 당초 추진목표를 얼마나 달성했을까?

대전역광장의 수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추진된 환승 위주 교통정책은 광장에 유료주차장을 만들고 택시 환승 도로를 개설하느라 그나마 반분된 광장을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철도역광장을 환승 위주로 전환하는 정책은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일본에서도 오히려 비판받고 있다. 이용객이 머물지 않고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 구조 때문에 역 주변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대전역 주변으로 개발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계획되었다가 중단된 재정비 촉진사업이 재추진될 전망이고,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부지로 거론되며 개발사업 연계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할 경우 대전역 인근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그동안 축소되고 변형되면서 잃어버렸던 대전역광장의 위상을 회복하고 개선할 기회와 연결된다.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우선 대전역광장 주변을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기존 서광장을 이름부터 대전역광장이라 고쳐 부르고 주차장과 택시 환승시설을 동광장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동광장과 서광장을 구분하는 일은 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계획자의 강제일 뿐이다. 처음 대전역을 방문하는 사람은 동과 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동광장은 환승광장 또는 교통광장이라 부르고 택시를 포함한 자동차 동선이 이곳에서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역광장과 맞닿은 중앙로와 대전로는 대중교통 중심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주요 교통 동선은 우암로와 대흥로를 거쳐 계족로를 통해 동광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 대전역광장에서는 버스만 정차하도록 하며 지하철 이용자와 보행자 중심으로 전체적인 계획을 재조정한다. 하나 더 보태자면 광장은 원래 비워두는 공간이다. 강박적으로 채우려 애쓰지 말자. 노래비가 철거된 자리에 들어선 꽃시계 조형물은 작아진 광장을 더 작게 만든다.

대전역 주변으로 많은 물리적 변화가 예상되는 이 즈음이다. 모든 계획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사람 중심의 가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전역광장도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고 대전사람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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