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빙글 빙글 도는 `로터리`를 이야기하면, 우선 `라이온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국제적인 봉사단체를 떠올린다. 그런데 그 원래의 뜻은 도로에서 원형교차점 즉 회전교차로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나라에 따라서 우회한다는 뜻의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명칭을 더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한데,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서거나 나갈 때 로터리로 반바퀴 돌아서 지나가면 여행하는 느낌이 더욱 신나고, 돌아가는 그 방향으로 전환하는 측면 공간 이동의 멋과 느낌을 배가시킨다.

대전에도 60년대에는 대전의 중심도로인 대종로와 대흥로가 만나는 대흥동 네거리에 `대흥동 로터리`가 있었다. 공설운동장으로 가는 길섶이기에 기원전 5세기 경에 그리스의 조각가 미론이 만든 원반 던지는 사람의 복제품이 있었다. 중앙로와 계룡로가 만나는 `서대전사거리`에 대형 분수대를 둘러싼 로터리가 있었고, 한밭대로와 동서대로가 만나는 동부네거리에 `용전동로터리`가 1971년 경부고속로가 개통하면서 설치돼 1990년까지 대전의 상징이던 대전탑이 놓여있던 때가 있었다. 삼남의 관문임을 상징하는 이 탑은 조작가 박칠성의 작품으로 한자어의 대전의 큰대(大)자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는데, 지금은 철거되어 주변에 설치되었던 조각품들은 톨게이트 가로변 입구 화단으로 나란히 옮겨졌다.

복잡한 도심에 대규모의 교차로 지점에 로터리를 설치해서 실행한다면 교통신호체제보다 설치비나 운영비용면에서 뛰어나고 운치도 있지만, 이용자가 서로 양보하면서 준법정신이 철저한 경우에는 소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준법정신으로는 잦은 차량의 접촉사고로 인하여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설치가 어렵다. 그래서 교통당국에서는 대대적으로 신호체제 교차로에서 소위 끼어들기와 꼬리물기를 집중단속하여 과태료를 부가하고, 벌점을 강화하는데도 순서를 기다리는 습관이 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나 얌체운전자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대전에는 사정동 보문산 오월드입구인 산서로와 사정공원로가 만나는 곳과 비래동 옛 대전터널 입구 가양비래공원 삼거리에 신상로와 동부로가 만나는 곳에는 현재 라운드어바웃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 로터리를 통과 할 때는 운전자들이 아직은 교차로 이용방법이 서로 서툴러서 안전운행을 하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