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정용기, 완주 의지 강해 1인 2표 경선서 권역 겹쳐 불리 차세대·대선 문제로 절충 난망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이장우 의원과 정용기 의원의 `정치적 조우`가 얄궂다. 두 사람은 내달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순위 경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충청권 출신으로 권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명이 나가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승산이 있다면 2명도 상관없고 3명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는 제한적이다. 사실상 3개뿐이고, 현재 8명이 출마를 선언해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단일화 진행형에 희망을 걸 여지는 남아있다. 자율조정 형식이든 룰을 만들어 강제하는 방식이든 대표선수를 골라내면 골치 아플 일이 없어진다.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 주도로 단일화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도 누군가를 주저앉히려는 데 있다. 내일(29일) 실시되는 후보등록 명부를 보면 알테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가령 이 의원은 어제 친박 의원들 만찬 모임 초청자 명단에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마이웨이`를 굳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에 의한 단일화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이다. 다만, 이 의원과는 보수가치 지향면에서 결이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일화 논리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뉘앙스인데 완주 의지가 엿보인다.

충청권 출신 2명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다고 가정했을 때 경우의 수는 3개다. 1명 당선, 동반 탈락, 동반 당선 등 상황이 상정된다. 약간 합리적으로 추론하면 동반 당선은 말 그대로 희망고문에 가깝다. 새누리당 전대에서 뽑히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이다. 여기서 여성 몫 할당 1개와 별도 선거인단을 꾸려 번외 경선으로 치르는 청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3개가 남는다. 8명 중 여성 후보 2명을 뺀 6명이 최종 경선을 치르게 되면 단순 경쟁률은 2대 1이다.

변수는 투표방식이다. 이번 전대 때 최고위원 부문은 100% 선거인단 투표로 당선 순위를 가리는 데다 1인 2표를 행사하는 구조다. 1표는 연고 지역 후보한테 사용하고, 나머지 1표는 다른 지역 후보에게 던지게 될 것이다. 이는 충청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이·정 의원이 동반 출마하면 충청권 선거인단 표가 양분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지역에서의 비교우세, 비교열세는 대세에 영향을 못 미친다. 타 권역 후보들이 출신 지역에서 몰표를 먹고 들어갈 때 이·정의원은 충청권 표를 갈라먹게 되므로 승률이 떨어지게 돼 있다.

역설적이게도 충북 영동 출신으로 비례대표 초선인 최연혜 의원 존재도 외생 변수다. 최 의원은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 1개를 놓고 수도권 출신 비박계인 이은재 의원과의 표 대결에서 1표라도 더 얻으면 게임은 끝난다. 4위권 밖으로 밀려나더라도 이 의원 1명만 이기면 4위 당선 의제 프리미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최 의원에게 선거인단 1표의 가치는 더 절실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대전이 정치적 연고지인 최 의원도 충청권 선거인단 표를 분점할 것이고, 종국엔 이·정·최 의원 3명의 집토끼 표 배당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대의원, 책임·일반 당원 규모가 수도권, 영남권 등지에 밀리는 현실도 불리한 요소다. 권역을 달리하면서 계파 성향이 같은 후보를 잘 선택해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면 표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락을 겨루는 경선판에서 표를 교환하더라도 보따리 부피에서 기울면 딜을 성사시키기가 버겁다. 이런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 두 사람은 최고위원 카드를 접을 것 같지 않다.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단일화 논리의 약효는 끝났다는 직감이 앞선다.

이·정 의원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면 최고위원직에 집착하는 두 사람의 마음의 행로가 어느 정도 가늠된다. 먼저 두 사람은 충청권 차세대 리더를 넘보는 잠재적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다가 훗날 다른 종류의 선거에서 빅매치를 벌이는 상황도 그려진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이 무르익고 있다. 충청 정치의 만조기와 맞물려 당 지도부 핵심인 최고위원직은 굉장한 폭발력을 띨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단일화는 틀렸다고 보는 논거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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