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무관 비대해지는 공직 엄격한 잣대로 생산력 평가 기본·원칙 기강확립 시급

깊은 숙면에 이은 깔끔한 기상으로 아침을 여는 것은 고단한 하루를 힘차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상쾌한 아침을 맞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소소한 바람이며, 이는 보잘 것 없는 서민에게는 신의 축복이다. 이런 작은 축복은 행복한 하루의 조건이고 이런 즐거움이 종일 유지되어 잠들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이게 하루의 행복이다. 이렇듯 민초들의 행복이란 소박하다. 연일 공무원들이 앞 다투어 매스미디어를 메우고 있다. TV, 신문, SNS 등의 정보를 보지 않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 그들의 `저지레`를 어쩔 수 없이 알게 된다. 상쾌한 하루는 이렇게 망쳐버리고 만다. 하루 이틀, 한두 건이면 수없이 단련된 민초들의 맷집으로 버티겠지만, 쌓이고 쌓이는 사고뭉치들의 펀치는 결국 우리를 완전히 녹초로 만든다.

얼마 전 주민센터에 갔다. 민원을 담당하는 고귀하신 직원이 민원인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상투적인 말투로 퉁명스럽게 응대한다. 그녀는 사물을 턱으로 가리켰다. 하물며 사람에게도 그렇게 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머리 위로 서류를 내밀었다. 황송하게 받아들었다. 짜증으로 가득한 얼굴의 그녀는 바로 빨간 립스틱을 꺼내 필요 없는 입술에 처발랐다. 매번 그곳에 갈 때마다 느끼는 불쾌감이 참을 수 없이 치밀었다. 사법부의 최고위 간부 검사장, 교육부 고위공직자인 기획관으로부터 공직자 최하급 민원직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결같은지 개탄스럽다. 시비를 걸어본들 뾰족한 수도 없으니 울화통만 터진다.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래저래 술로 달래니 그나마 허약한 몸만 상한다.

김영란법이 통과되어 공짜로 얻어먹는 게 어려워지자 난리법석이다. 그 법을 완화해 요리조리 피해가려는 꼼수가 가히 기상천외다. 나라의 부정부패 정도를 공직자들이 직접 증명하고 있는 셈이니 허탈하다. 단돈 만원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서민들의 생각으로는 이해 할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대책이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국 해군에 근무했던 파킨슨(C. Parkinson)은 관료조직이 비대해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1914년과 1928년 영국 해군의 인력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이 14년 동안 해군 장병의 숫자는 14만 6000명에서 10만 명으로, 군함은 62척에서 20척으로 줄어들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숫자는 2000명에서 3569명으로 80% 가까이 늘어났다. 전투력이 줄어들었는데도 공무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난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공무원의 숫자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이었다. 그 요인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 불필요한 부하직원의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또한 공무원들 서로가 서로의 일거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직사회는 일의 경중이나 유무에 관계없이 점점 더 비대해진다. 이것을 `파킨슨의 법칙`이라 한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현재의 공무원 수는 줄여야 된다는 말이다. 공무원의 시시각각의 생산력평가가 필요하며, 자격미달의 공무원을 솎아내야 한다. 생산력이 떨어지는 공무원의 직급과 호봉을 과감히 낮추는 쇄신은 물론이고, 관용보다 엄격한 법의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논어에 `윗사람이 정직하면 아랫사람이 정직해지고, 뇌물을 쓰고 부정하게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 결과 아랫사람이 모두 정직하게 되어 공평무사한 공공행정이 이루어지게 되며 그래야 백성들이 그 정치를 믿고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가르침이다. 공직자들의 수직적 수평적 윤리 연대책임이 필요하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의 선전은 모두 제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도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 공직자 및 정치인들은 이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 기강확립이 시급한 때다.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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