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국방과학硏과 떨어져 서울 소재 방위산업 수출·산업화 등 활성화 연계 국방·과학 인프라 갖춘 대전이 최적지

대전에는 정부 대전청사가 있다.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약 20년 전인 1997년 12월에 건립되었다. 정부 청사로서의 기능성, 상징성, 개방성, 문화예술성 등이 잘 어우러진 건물로, 행정의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근무환경 조성에 힘을 썼다는 평가이다. 20층 건물 4개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 면적이 무려 20만㎡라고 한다. 11개의 청 단위 중앙행정기관들이 입주해 있고, 근무하는 공무원은 약 4100명이다. 그런데 이 정부 대전청사에 청 단위 중앙행정 기관이면서도 방위사업청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서울 용산구에 소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대전으로 내려와야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청 단위 중앙정부기관들은 대부분 대전에 내려와 있다. 방위사업청이라고 특별히 달라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같은 국방부 소속인 병무청은 대전 청사에 내려와 있다. 두 번째이자 더 큰 이유는 대전이 방위사업청의 주 업무인 무기 체계 획득을 위하여 가장 적합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방위사업은 아직도 수입 대체를 위한 국산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수출이 잘 일어나고 있지가 않다. 내수에 치우쳐 있어서 아직 산업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산업화는 내수시장이 좁아서 수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산업화되었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방위사업청의 1년 예산이 10조원 남짓하고, 그 중에서 무기의 해외 수입에 들어가는 예산을 제외하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방위산업계의 수출은 약 35억 달러로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서 약간 줄어들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미국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2014년에 약 78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수입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산 무기를 수입한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해외 무기 수입상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2012년에 450개이던 우리나라의 무기수입상 숫자가 지난해에는 무려 944개로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작년 일본 방위성은 방산 수출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였다. 방위성 산하의 경리장비국, 장비시설본부, 그리고 기술연구본부 등을 통합하여 방위장비청(ATLA)을 신설하였다. 일본 방위장비청의 인력은 1800명 규모이며, 400명의 자위대 현역이 파견되어 있다. 방위장비청의 역할은 국방 연구개발, 무기 체계의 유지와 획득, 방산 개발과 수출 등 크게 네 가지 이다. 일본은 방위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그 동안 금지하였던 무기 수출과 관련한 법을 개정하여 기술 도입을 위한 국제협력도 자유롭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방위 산업도 해외 진출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국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최근 일본 항공자위대는 가와사키 중공업이 그동안 개발해 오던 C-2 수송기를 실전 배치하였다. 이 외에도 일본은 헬리콥터 개발 프로그램인 UH-X,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인 X-2 및 미국과의 협력 사업인 F-35 제조 프로그램들이 있다. 특히 미쯔비시 중공업이 개발 중인 X-2 프로그램에는 약 220개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X-2 부품과 시스템의 약 90%가 일본제라고 알려져 있다.

수출을 해야 방위사업의 산업화를 이룰 수 있고, 산업화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대전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있다. 인근 계룡시에는 3군 사령부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방과학 기술 개발의 메카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방위사업청 소속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방위사업청이 대전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제 방위사업청은 무기 구매를 위한 방위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방산 수출과 이 분야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명칭도 이 차제에 방위사업청에서 방위산업청으로 변경하고, 위치도 방위산업을 가장 잘 육성할 수 있는 대전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초빙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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