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에서 공모방식이 배제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전에 나선 11개 지자체 관계자들을 불러서 이 같이 알렸다. 입지 발표 2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일방적인 통보였다.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더 이상 놔두고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논리다. 1년 가까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11개 지자체로서는 뒤통수를 맞았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화도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괜히 밉보였다가 '정부의 선택'을 받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탓이다.

이번 일방통행식 발표를 보면서 정부의 '갑질'이 갈수록 지나치다는 인상이다. 지자체가 국립철도박물관 입지를 공모하자고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국토부가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면서 대전을 비롯해 11개 지자체가 참여한 것 뿐이다. 1000억 원짜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국립철도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이 철도박물관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의 염원을 담은 수 십 만명의 서명부를 전달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의 일종인 '핌비(PIMFY)'현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동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영남권 신공항 등 입지를 공모할 때마다 전국이 시끄러웠다. 국책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지역간 대립양상은 사생결단 분위기였다. 그런 전철을 숱하게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철도박물관 지역공모를 추진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실수이다. 지역간 유치경쟁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모배제라는 찬물을 끼얹었다고 그 갈등이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국토부 '팁'발언으로 사전내정설이 나돌았던 경기 의왕이나 신공항 백지화로 민심이 흉흉한 영남권 지자체로 국립철도박물관 후보지가 결정될 경우 그 후폭풍은 공모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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