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등 경쟁속 의왕 특혜의혹 지자체 갈등 키우는 공모 사업 '공정·객관적 절차' 신뢰 흔들

정부 공모사업인 국립철도박물관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부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국립한국문학관 등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국립철도박물관 공모 역시 변질 우려가 제기되며, 정부 공모사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21일 대전시, 학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국립철도박물관 사업대상지 현지 실사 등을 미루는 가운데, 경기도 의왕시를 중심으로 사업자체를 흔들 수 있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업 변질 및 표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김성제 경기도 의왕시장은 최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의) 지자체간 과열경쟁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기존 시설을 확장하고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국토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업 변질 우려를 자아냈다. 김 시장의 주장은 경기도 의왕에 있는 기존 철도박물관 시설을 활용하자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국립철도박물관 공모사업을 철회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 시장은 의왕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의왕시에 이미 철도박물관이 있지 않느냐는 등 국토교통부의 제안을 받아 기존 철도박물관을 확장, 리모델링하는 안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답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정부의 '팁'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지역에선 각 지자체간 경쟁과열로 인해 정부의 공모사업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철도박물관이 영남권 신공항, 국립한국문학관의 전철을 밟으며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사업 자체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여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지자체를 길들이려는 의도를 갖고 공모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각 지자체가 과열·출혈 경쟁을 벌이고 종국에는 정부가 뒤로 빠지는 상황까지 이른 것 같다"며 "지방갈등과 정부불신을 부채질 하는 공모사업은 안된다"고 피력했다. 육 교수는 이어 "정부가 공모사업의 기본적 취지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공정하고 객관적 절차를 통해 공모사업을 진행하던지, 지자체가 타협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업 방식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철도박물관 입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지역 일각에선 정치권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점점 확산되는 상황이다. 지역 국회의원이 정치력을 발휘해 표류 위기의 국립철도박물관을 유치,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지역에선 집권여당 출신의 재선 의원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철도박물관 사업 표류를 막는 역할을 해 낼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철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철도산업의 본산이라는 점을 비롯해 △철도 종사자 전국최다 거주로(총 3700여명) 관광 상품화 가능 △접근성 양호로 연 200만 명 이상 관람객 유치 용이 △철도보급창고·관사촌·증약터널 등 문화유산 다수 분포 △경부·호남선 분기로 철도의 중심축 담당 등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로 인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어 그 어느 지자체보다 사업 추진의 적지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역 국회의원이 정부를 대상으로 다각적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충분한 명분이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희제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희제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