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1·2 조정래 지음·해냄·각 397·399쪽·각 1만3800원

작가 조정래의 삶은 그 자체가 문학이었다. 평생 펜과 원고지를 벗 삼아 살았다. 1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이 추천돼 등단한 뒤 현재까지 40여 년 `문학 외길`을 걸었다. 오랜 세월 다양한 상황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작품은 다양했지만 그의 글이 바라보는 지향점은 한결같았다. 조정래의 글에는 역사와 시대가 가감 없이 투영돼 있다. 한국의 100년을 그려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그러했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진단한 `정글만리`도 매한가지였다. 혹자는 그의 글에 정치색이 묻어난다 말하지만, 어쨌든 펜의 힘으로 세상을 재구성하고 이를 독자에게 전달한 것은, 그가 글을 쓰는 `힘`이자 `성과`였다.

조정래가 `정글만리` 후 3년만에 새로운 책을 내놨다. 1·2부로 나눠 구성된 이번 신작은 `풀꽃도 꽃이다`이다. 조정래는 이번 신작에서도 펜을 통해 책에 시대상을 투영시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100년의 약속인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을 특유의 필체로 풀어냈다. 특히 이 책은 지난 3년간 조정래가 각급 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돌며 한국 교육의 실태를 집중 취재해 만들어 낸 성과물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원고지 2212매 모두에 한국 교육에 대한 조정래의 고민을 담아냈다.

소설은 전국 680만 초·중·고생이 자신의 꿈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오직 대학만을 향해 달리는 비통한 현실을 진단한다. 보다 많은 돈과 보다 높은 지위가 행복의 단일기준이 되고만, 아리고 쓰린 현실을 개탄하며 글 한자 한자를 풀어냈다. 작가는 이 같은 현실을 비유하기 위해 제목도 `풀꽃도 꽃이다`로 정했다.

주목받지 않는 길가의 잡풀에서도 꽃이 피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 듯, 모두는 풀꽃으로 태어나 각각의 빛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등장인물은 모두 교육과 관련된 인물이다. 시험성적을 벽에 붙이는 교장의 행태에 반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혁신 꼴통 교사` 강교민, 대기업 부장으로 아이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삶을 사는 유현우, 아들이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검사가 되길 바라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김희경, 엄마의 과도한 성적관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틱 장애를 보이는 유지원, 입시를 위한 과외를 그만두자 친구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신예슬 등. 이 책의 등장인물은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친구이자 엄마, 아빠인 것이다. 책은 이처럼 이 시대 사교육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보통사람 삶의 얘기를 통해 현시대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해 낸다.

조정래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예상외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책 속 등장인물과 같은 보통사람의 삶을 살면서 느꼈던 허탈함이 직접적 요인이었다. 조정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 번째 소망`이라는 표현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논산훈련소를 떠나며 내 아들 시대에는 통일이 되리라 믿었지만, 여전히 군대에 가야 하는 현실, 어느 군부 정권이 사교육 일소를 강조해 손자 시대에는 불법과외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에 대한 배신감이 그의 손에 다시 펜을 쥐어 졌다는 것이다.

"이제 사교육은 `졸업장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난공불락이 됐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너무 심해 방치해선 안 되는 극한에까지 와 있다. 연간 40조 원이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중략- 고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된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면서 이 소설을 쓰는 심정은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 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은가"라는 저자의 말은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같은 시대, 같은 아픔을 겪으며 미래 100년의 어두운 터널을 바라보는 보통사람의 비애가 소설 한 자 한 자마다 아로새겨 있기 때문이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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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조정래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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