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러나 영구 동토의 나라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죽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안주의 땅이 되지 못했다.

영구 동토의 땅은 바위처럼 얼어붙어 괭이가 금속성의 소리를 내면서 들어가지 못했다. 파슨 교수 일행은 착암기로 몇 시간을 땅을 파 겨우 1m쯤의 웅덩이를 만들어 죽은 사람들의 뼈들을 묻어주었다.

파슨 교수 일행은 사흘 후에 험준한 산맥을 넘어갔다. 그 산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벽이었는데 산을 넘어서자 반갑지 않은 것들이 덤벼들었다. 모기떼들이었다. 영구 동토의 나라에 모기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아프리카의 모기떼들보다도 더 고약했다.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들은 아니었으나 노출된 사람들의 피부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견딜 수 없이 가려워 손톱으로 긁어내면 그 자리가 벌겋게 부어올라 더더욱 가려웠다.

그래서 하루 밤이 지나면 누군지 모를 정도로 얼굴이 변모했다.

온도계는 여전 영하 5도 이하에 멈춰 있었으나 모기들이 살아 있었다. 살아 있어도 며칠이 못가 죽었으나 죽은 것보다 더 많은 수들이 나타났다.

놀라웠다. 모기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광야에는 크고 작은 바위나 돌들이 뒹굴고 있었는데 그 틈에 파란 이끼가 끼어있었다. 데리고 갔던 당나귀들이 미친 듯이 덤벼들어 그 이끼를 뜯고 있었다. 그곳 영구 동토의 나라에도 캐리브 등 채식성 동물들도 그 이끼를 뜯어먹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은 그후 레나강 지류를 따라 동북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일행이 탐험기지인 이르쿠스크를 떠난 지 열흘만에 매머드의 사냥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광대한 얼음벽들이 있었다. 수만 년 전 그곳은 강의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늪지대였는데 그 주위의 산들과 그 늪이 온통 동토로 변해 있었다.

이유가 뭣인지 알 수 없었으나 돌변한 기후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 그 광대한 지역에서 살고 있던 매머드들이 죽은 것 같았다.

죽은 이유는 여러 가지 같았다. 매머드와 자연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해 동사한 것 같기도 하고 검치호(劍齒虎) 같은 맹수들의 습격을 받아 죽은 것 같기도 했다.

가장 뚜렷하게 매머드가 죽은 원인이 드러난 곳도 있었다. 수십m나 되는 높은 언덕위에서 매머드들이 집단으로 떨어져 죽은 곳이 있었다. 집단학살이었으며 그런 짓을 하는 가해자가 사람 외에 있을 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매머드들을 낭떠러지로 몰아 추락사 시킨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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