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이 일했다. 일터는 악취가 진동하고 일이 고되어 외국인 노동자들도 기피한다는 가축 농장. 근로계약서도,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었다. 눈 뜨면 일하고 잠은 창고 옆 2평 남짓한 쪽방에 구겨진 종잇장처럼 잤다. 19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렸지만 받은 임금은 한푼도 없었다. 명문대 출신의 농장주는 수십억 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한 축사노예 `만득이` 사건의 전모다.

임금은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보수이다. 임금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만큼 깊다. 일정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샐러리맨(salaried man)은 고대 로마어 `살라리움`에서 연원했다. 살라리움은 `소금을 사기 위한 돈`이다. 당시에는 소금이 귀해 로마 병사들은 임금으로 소금 살 돈인 살라리움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소금을 살 돈이라는 뜻의 살라리움이 변해 샐러리(salary)가 됐고 여기에 맨(man)이 붙어 매달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는 임금 생활자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우리 사회 임금을 둘러싼 격차는 천양지차다. 한 쪽에서는 노예노동에 신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연봉 1억 원이 넘는 고액 임금자들이 수두룩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5년도 소득분위별 근로자 연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1억 원이 넘는 임금 생활자가 39만 2000명이다.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임금 생활자들의 결사체인 노동조합은 매년 사용자와 임금협상을 한다.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파업을 벌이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최근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에 돌입했다. 고려대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한 장하성 교수는 그의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이렇게 분석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노동자가 있다. 그들은 노사분규는커녕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로 발생한 손실까지 납품 단가 인하로 떠안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현대자동차의 2차, 3차 하청업체의 경우 평균임금이 현대자동차의 3분의 1과 4분의 1에 불과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없고 노사분규도 해보지 못한다. 그들 하청 중소기업에서도 노사 갈등이 없을 리 없지만 사용자나 노동자나 일단 생존 자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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