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시가 민선6기 제2대 정무부시장에 이현주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백춘희 전 부시장이 사의를 표명한 5월 초 이후 후임자 물색에 나섰던 대전시는 한 차례 발표 취소 소동을 벌인 뒤 80일만에 이 내정자를 낙점했다. 권선택 시장이 법조인을 선호해 차기 정무부시장은 변호사 출신일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이 내정자의 스펙만 놓고 본다면 정무부시장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라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전에서만 24년째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을 역임한 중앙부처 근무경험도 있고,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등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한 경력이 있다.

이 내정자가 정식으로 취임하면 대전시는 1995년에 민선자치가 시작된 후 16번째 정무부시장을 맞이하게 된다. 그동안 정무부시장의 평균임기는 1년 3개월이었다. 민선4기때는 정무부시장이 3번이나 바뀌었다. 변호사 출신인 이영규 전 부시장과 양홍규 전 부시장은 서로 바통터치를 하면서 각각 8개월과 10개월동안만 직을 유지했다. 민선5기 초대 박현하 정무부시장은 재임기간이 불과 4개월밖에 안됐다. 재임기간이 짧은 정무부시장들은 죄다 정치로 발을 돌렸다. 정무부시장이 선거 출마를 위한 '스펙용 징검다리'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권 시장이 이 내정자를 점지하기까지 충분히 심사숙고를 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전시민들은 법조인 출신 정무부시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감놔라 대추놔라라고 훈수하는 게 아니다. 이 내정자에게 정무부시장 자리의 중요성과 책임감을 인지시켜야 한다. 민선 6기 들어와서 정무부시장의 역할과 권한은 커졌다. 대전시 전체예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문화체육관광국과 복지국을 총괄하고 있다. 거기에 국회, 정부, 대외적인 활동까지 합한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하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수행할 수 없는 자리가 정무부시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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