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의원들이 어제 낮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8·9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정용기·이장우 두 의원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눈 모양이다. 후보 등록에 앞서 두 의원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아울러 5일간의 '숙려기간'을 보낸 뒤 오는 25일 오전 국회 정진석 원내대표실에 다시 모이는 것으로 돼 있다.

당이 같고 더구나 같은 충청 출신으로써 유대감을 갖고 공평하게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두 의원도 단일화 논리를 거역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런 전제 아래 우선 현실론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이 두 의원이 동시에 출마해도 최고위원에 당선될 확률이 높다면 구태여 단일화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번 새누리당 전대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는 청년 몫을 빼면 4자리 뿐이다. 이것도 여성 후보가 4위안에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한 자리를 떼어 주도록 돼 있어 4위에 턱걸이 하는 후보는 5위로 밀려나 탈락하게 된다. 종국엔 3자리를 놓고 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정·이 의원이 각자 출마하게 되면 득표력이 떨어지는 것은 필지의 사실이고, 결국 3위권 진입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요컨대 충청권에서 두명의 최고위원 도전은 말하지면 '후보난립' 에 다름 아니다. 또 투표권을 가진 충청권 새누리당 당원수가 수도권, 영남권을 월등히 능가하지 않는 이상, 1인 2표제 방식의 최고위원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재선, 3선급 의원 반열에 오르면 누구나 당 최고 지도부에 도전해 보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음 달 전대에서 선출되는 당대표, 최고위원들 임기 중엔 대선이라는 최대 정치일정도 들어있다. 이 기간에 최고위원이 되면 대내외적인 정치적 위상도 높아지고 당내 권력질서의 전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딱 한명에서 힘을 몰아줄 때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이 의원은 서로를 못 미더워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는 패착을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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