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발생한 서랍장 미국·캐나다선 판매중지 한국에서만 버젓이 판매

이번엔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다. 역시나 한국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해외에서 잇단 어린이 사망사고로 논란이 된 가구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리콜과 판매중지 조치를 한 제품이다. 중국에서도 뒤늦게 리콜을 결정해놓고 유독 한국에서만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환불을 해주는 게 전부다. 환불조건도 까다롭고 일방적이다. 고객이 선택할 경우의 수는 별로 없다. 매장에서 해주는 대로, 싫으면 말고 식이다. 자동차의 연비와 시험성적을 조작해 판매해놓고 보상이나 리콜도 않는 폴크스바겐이 오버랩 된다.

안전에 문제가 된 제품은 `말름` 서랍장이다. 3-6칸짜리 서랍장으로 설치 시 못으로 벽에 고정해야 되지만 대부분 그냥 갖다 놓는다. 시멘트 벽에 고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제품이 3000만개 이상 팔린 미국에선 넘어진 서랍장에 깔려 어린이 6명이 숨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개에 대한 리콜조치와 함께 해당 서랍장의 판매를 중지했다. 문제의 제품을 포함해 한국에서도 10만 여개의 서랍장이 팔렸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사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판매중지를 해놓고 한국에선 버젓이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형평에 맞지 않는 일임엔 틀림이 없다.

이케아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가구업체다. 조립식 가구의 대명사로 전 세계에서 32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제품의 안전과 관련된 정책을 국가별로 차별을 둬선 안 된다. 미국소비자가 안전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리콜이나 판매중단 조치는 똑같이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한국 소비자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면 차별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한국 소비자들은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한국이나 한국소비자를 보는 이케아의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한국 소비자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케아는 지난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서 문을 연 이래 1년 만에 단일매장 3000억 원이라는 매출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린 차량으로 매장 일대에서 교통대란을 겪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에 북유럽 스타일이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개장 초기 모바일 홈페이지와 벽걸이 상품 세계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말썽을 빚었다. 한국서 장사를 하면서도 소비자 정서는 외면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판매되는 49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한국이 두 번째로 비쌌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저런 잡음과 논란거리가 있었음에도 개장 30일 만에 100만 명이 찾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케아 진출이후 국내 중소가구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절반 가까운 중소가구제조업체의 매출이 줄었다. 중소가구유통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었다. 굳이 서비스나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국내에 판매한 자동차의 연비조작과 각종 시험성적 서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 연비조작이 들통나자 미국에선 즉각적으로 리콜에다 개인별 보상을 약속했다. 그것도 모자라 고객이 원하면 이미 판매한 차를 되사주기로 했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보상은커녕 리콜계획조차 감감 무소식이다. 이케아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의 비난과 소비자단체의 성명이 빗발치자 결국은 항복을 했다. 지난 17년 동안 판매한 문제의 서랍장 166만여 개를 리콜하기로 한 것이다. 폴크스바겐이나 이케아가 한국에서 배짱영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한국 정부와 소비자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 기업들에게 한국 소비자는 과연 무엇인가. 돈 잘 쓰는 `호갱`일까 아니면 `고객`일까. 언제쯤 한국 소비자들도 제대로 된 고객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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